자기초월, 믿음, 그리고 노력

by ssunm t

TCI 검사에서 본 ‘자기초월’.

처음엔 너무 추상적인 단어였다.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말처럼 느껴졌고, 내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초월은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에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삶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득하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애쓴 만큼 성과가 없을 때,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믿음이다. 결국 길이 열린다는 확신, 그리고 오늘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감.


믿음을 오래 붙잡으려면 꾸준한 시도가 필요하다.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사실이 알 수 없는 시간을 버티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자기초월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믿음과 성실함으로 불안을 견디는 힘.


얼마 전, 아이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조심스레 물으니 “친구들이 요즘 나랑 잘 안 놀아줘.” 짧은 대답 속에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의 문제를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었지만,

사실 친구들 사이의 문제는 내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끝까지 들어주는 일,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갈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


결과가 바로 바뀌지 않아도 아이와 그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을 통해 나 역시 배운다.


육아는 결국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순간을 곁에서 함께 버티는 일이라는 것을. 그 또한 자기초월이 아니겠는가.


자기초월은 멀리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삶의 모호함을 인정하고, 믿음과 정성으로 그 시간을 견디는 것.


좋은 결과라서 안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다한 과정을 알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은 육아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우리 모두가 매일 연습해야 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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