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책임감 사이에서

by ssunm t

어릴 적 나는 즐거운 아이였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주어진 일은 해내려 노력했지만, 그게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실패하면 자책하기보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를 먼저 생각했다.

과거에 머무르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살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내 마음에 변화가 찾아왔다.


하나둘 늘어나는 책임은

“이 아이들의 삶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치밀하게 준비했고,

더 신중하게 선택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혹시 잘못된 길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후회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후회 속에서 괴로워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배우면서

나는 조금씩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부모는 아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옆에서 ‘함께하는’ 존재라는 것을.


부모가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모든 걸 책임질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일.


이제는 불안과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여전히 나는 계획을 세우고, 변수를 고려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완벽하려 애쓰지 않으려 한다.


실수해도 괜찮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힘이 있다고 믿으려 한다.


아직 완전히 놓아버리진 못했지만

예전처럼 불안에 휘둘리지는 않으려 한다.

앞으로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조금 더 나 자신을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와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의 미래를 짊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다.


불안 대신 믿음을,

후회 대신 오늘의 최선을 선택한다면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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