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새해가 되면 인사 문자를 꼭 보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의식 같은 거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만 쓰면 좀 성의 없어 보이니까
짧게라도 각각의 상황이나 성격에 맞도록
고민한 흔적이 남도록!
짧더라도,
그 안에 나름의 성의와 안부와 다짐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문장을 쓰는 게 점점 버거워졌다.
카톡이 오면 알림은 뜨는데
손이 가지 않는다.
읽고도 안 읽은 척하게 되고..
사람이 싫어진 건 아니다.
만나는 걸 피하는 것도 아니다.
불편한 사람도 없다.
그냥…
답장을 해야 하는 내가 조금 피곤해졌을 뿐이다.
이게 무기력인지,
갱년기인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예전처럼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
예전에는
인사도, 연락도, 관계도
‘해야 하는 일’ 목록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 있었다.
지금은
그 목록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가?”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을 거치고 나면
남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느리고,
조금 조용하고,
조금 답장이 늦다.
어쩌면 누군가는
“변했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좀 변했다.
하지만 더 나빠졌다기보다는
조금 안쪽으로 접힌 느낌에 가깝다.
밖으로 활짝 펴 있던 안테나를
잠시 접어두고
내 쪽 신호를 듣는 중이라고 하면 맞겠다.
혹시 내 답장이 늦어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아 주면 좋겠다.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서.
다만 요즘의 나는
‘잘 지내고 있어’라는 말을
말보다 상태로 보여주고 싶은 시기인 것 같다.
조용하지만 괜찮고,
느리지만 멈춘 건 아닌 상태.
그러니까
조금 달라진 나를 보게 된다면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아,
저 사람 요즘
자기 안부부터 챙기고 있구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