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기분 나쁘게 했고,
우리는 그 일 이후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싸운 것도 아니고, 정리한 것도 아니다.
그냥… 멈춰 있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늘 비슷한 질문을 한다.
“이 상황이 조금 더 지나면 어떻게 될까?”
겉으로는 상대의 반응을 묻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마음이
이 상태를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질문이다.
나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감정을 쉽게 흘려보내는 사람도 아니다.
대신 정리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을 유독 힘들어한다.
그래서 말하지 않기로 선택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같은 장면을 되감는다.
말을 안 하는 건 참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지금 말하면 관계가 더 어그러질 걸 알기 때문에
잠시 멈춘 것이다.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거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괜찮아진 것’이 아니라
그냥 미뤄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정리해 본다.
“저 사람이 무례했다”가 아니라
“나는 그 순간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이렇게 말의 방향을 바꿔본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기 위해서다.
아직 말할 타이밍은 아니다.
오늘도, 아마 내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말하게 된다면
이 문장 하나만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 네 의도는 알겠는데,
나는 그 방식이 불편했어.”
이건 공격도 아니고,
화해를 구걸하는 말도 아니다.
그저 나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나는 이미 충분히 잘 참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더 참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말할지를 정하는 일이다.
말하지 않는 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감정의 구조를 다시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건,
어떤 관계를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