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지쳐 보이는 엄마를 바라보며, 난 엄마를 딸들이 지켜야 할 존재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엄마의 보호 아래에서 잘 자랐으니, 이제는 중년이 된 딸들이 엄마를 지켜드릴 차례라고 그렇게 여겼다.
어쩌면 인생의 순리처럼, 연세가 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딸들이 해드려야 할 일은 점점 많아졌기에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더 이상 딸들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엄만 몸으로는 우리를 지켜주지 못해도, 마음으론 여전히 우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친정에 다녀올 때면, 언젠가부터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1박 2일 동안 엄마 집에 머물며 생긴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출발했다. 엄마와 함께 먹을 음식과 식재료를 사 가다 보니, 금세 쓰레기가 쌓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정집은 빌라의 2층이라, 연세가 들며 약해지고 거동도 불편한 엄마가 1층에 있는 분리수거장까지 쓰레기를 들고 내려오는 게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친정에 들를 때면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버린 뒤 집으로 출발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집으로 가기 전, 분리수거를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쓰레기장 옆에 놓인 평상에는 빌라 아주머니들이 앉아 계셨다. 나는 인사를 하고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작은 상자를 종이분리수거함에 넣으려고 할 때, 한 아주머니께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건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지! 안 그러면 쓰레기 차가 안 가지고 가는데.”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