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화. 이젠 진짜 할머니

4장. 꽃은 시들어가지만

by 가을햇살

친정에 가서 이따금 엄마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볼 때면, 어느 순간 엄마의 시선이 화면에서 내게로 옮겨지고 엄만 따스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곤 하셨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셨다. 말하지 않아도 난 알 수 있었다. 당신의 막내딸이 잘 자라줘서, 어엿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게 기특해서 그런다는 것을 말이다. 그럴 때면 나도 엄마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엄마 손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마치 고생 한 번 안 한 것처럼.

하지만 손 등엔 주름이 많아지고, 검버섯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그건 엄마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주름진 엄마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젠 엄마가 진짜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릿해지곤 했다.


어릴 적에 난, 엄마는 연세가 드셔도 40대 중반의 모습 일 줄 알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때처럼, 나는 자라도 엄마는 약간의 세치와 얕은 주름만 있는 그때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처음 생겼던 그날의 그 모습일 거라고.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 2학년이었는지 3학년 때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다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같은 반 남자아이를.

내가 다니던 학교 근처엔 공군 부대가 있고, 부대 근처엔 관사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도시에 살던 몇몇의 아이들이 부모님을 따라 관사로 이사를 오며, 내가 다니던 학교로 전학을 왔다.

시장에서 만난 아이 역시 공군 관사로 이사를 와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아이였다.


솔직히 난, 그 아이를 친구로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싫어했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여자아이들한테 짓궂은 장난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그 아이를 학교에서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싫어했다.

그런데 하필 시장에서 떡하니 마주치고야 말았다. 난 그 애를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 아인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자꾸만 내쪽으로 오려고 했다. 그래서 난 엄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우리 저쪽으로 가자. 응?”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가을햇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33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