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새순처럼
#계절에서 인생을 느끼다.
봄이 성큼 다가온 줄 알았다. 우연히 듣게 된 멧비둘기 소리 때문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뒤 찾아온 자유시간,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문틈 사이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뿌뿌, 뿌뿌. 뿌뿌, 뿌뿌.
시골에 살 때 이른 봄이면 산에서 들려오던 소리, 멧비둘기 소리였다. 시골을 떠나온 이곳에서 그 소리를 다시 들으니 정말 반가웠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오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이제 봄이 오려나 보네.”
나는 혼잣말을 하며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멧비둘기 소리를 들으며, 친구들과 산과 들을 누비며 뛰어놀던 그 봄날을.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멧비둘기 소리를 나는 다음 날에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꽃샘추위 때문인지 멧비둘기 소리는 그 뒤로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봄이 성큼 다가왔나 보다 생각했는데, 기다리던 봄은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우연히 내가 키우는 금전수 화분을 보며, 다시 한번 봄을 실감했다.
이래저래 바쁘다는 이유로 한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금전수 나무에, 연둣빛 새순이 세 개나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관심 속에서도 새순을 피워낸 금전수가 너무 예쁘고 기특했다. 마음이 저절로 기뻐지는 것 같았다. 난 또다시 혼잣말을 했다.
“봄이 더디게 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와 있었네.”
우리는 인생에서 힘든 날을 겨울에, 좋은 날을 봄에 비유하곤 한다. 인생이 어쩐지 계절과 닮아서일 것이다. 살다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봄 같은 날이 오기도 하고, 매서운 겨울처럼 마음이 차가워지는 날도 찾아오니까.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그 겨울도 결국 지나간다. 어쩌면 멧비둘기 소리를 듣고 곧 봄이 올 거라 기대했지만 더디게 오는 계절처럼, 인생의 봄도 쉽게 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봄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금전수에 올라온 연둣빛 새순처럼.
계절과 닮은 인생을 살아가며, 겨울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연둣빛 새순처럼, 어딘가에서 당신을 맞이할 봄이 이미 피어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