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을 담을 필요는 없다.
인생을 살아가며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흘려보내는 법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다 품고, 다 반응하지 않는 태도. 때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굳이 붙잡지 않고 조용히 흘려보내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건 세월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의식하고 노력하면 그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겠지만.
흘려보내는 법은 관계를 오래 지탱하고 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렇지 못했다. 타인의 말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말 앞에서는 쉽게 무뎌지지 못했다. 날을 세워 따지거나 짚고 넘어가야만 속이 풀렸다. 그러지 못한 날에는, 그 말들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이미 지나간 순간을 붙잡고 혼자서 의미를 덧붙이고, 상처를 키워가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악화될 뿐이었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잡은 말은, 결국 더 날 선 말이 되어 다시 돌아왔고, 밤을 지새우며 곱씹은 감정은 오롯이 나를 지치게 했다. 관계도, 마음도 조금씩 닳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관계 속에서는 ‘지켜야 할 것’만큼이나 ‘흘려보내야 할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배워가는 일이라는 것도.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모든 말에 반응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꼭 필요한 말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감정들은 흘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어떤 말은 마음에 걸리고, 어떤 순간은 여전히 나를 흔든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붙잡고 상처를 키우기보다는, 조용히 내려놓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흘려보낸다는 건 무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세월을 통해 흘려보내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붙잡아야 할 것과 놓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결국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단단해진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