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햇살 Nov 15. 2024

사주팔자가 뭐라고

신세 한탄 2

 또래보다 빨리 현실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월 속에서 현실은 내가 알던 것보다 더욱 혹독해져 있었다.

 ‘그래, 어쩌겠어. 육아에 집중해야지.’

 현실에 굴복한 채 육아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오래된 기억이 스치며 헛웃음이 나왔다.

 ‘허, 대박! 진짜였네!’

 예전에 들었던 사주팔자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던 20대 후반,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만나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맛있는 점심을 먹고, 못다 한 수다를 떨기 위해 밥집을 나와 카페를 찾던 중 친구가 모퉁이에 위치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햇살아, 우리 저기, 저기 한번 가볼래?”

 친구가 가리킨 곳엔 oo사주 카페라고 쓰여 있었다.

 “응? 저기? 사주 카페 말하는 거야?”

 난 익숙지 않은 곳이라 친구에게 되물었고, 친군 사주도 봐주고 차도 마실 수 있다며 요즘 뜨고 있는 카페라고 함께 가보자고 했다.


 순간 조금 망설여졌다. 평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엄만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러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기에 나도 점을 본다거나 사주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로 가볍게 보는 거야. 차도 마실 수 있으니까 한 번 가보자! 응?”

 친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냥 카페 같은 곳이라며 편하게 들어가자고 했고,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사주 카페로 들어갔다.

 

 사주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조금 음산할 거라 생각됐던 카페의 분위긴 평범한 카페와 다름없었다. 다른 점을 찾자면 조금은 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뿐이었다.


 우린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고 이내, 사장님께서 종이 한 장을 주시며 그곳에 생년 월일과 태어난 시를 적어 달라고 하셨다.

 난 얼핏 오전에 태어났다는 것만 알고 있었기에 정확한 시를 알기 위해 엄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태어난 시가 언제야? 몇 시쯤 태어났어?

 “태어난 시? 막둥아,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엄만 의아해하시며 시를 묻는 이유를 물으셨고, 난 친구와 사주 카페를 왔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러자 엄만 그냥 참고만 하라고,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며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난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을 빌려 간단히 재미로만 보는 거라며 엄마를 안심시키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솔직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주팔자가 나도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정확한 생년월일과 시를 적어내곤 떨리는 맘으로 사장님이 사주를 봐주시길 기다렸다.


 주문한 차를 마시며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사장님이 우리 곁으로 오셨다.

 “네가 먼저 해.”

 난 친구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막상 사주에 대해 들으려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긴장됐기 때문이.


 사장님은 노트에 친구의 사주를 이하시더니 이내, 설명해 주셨다. 이야기를 들은 친군 눈이 커다래져 정말 잘 맞는다고 신기해했다. 친구의 반응에 기대감이 커져갔고, 마침내 사장님은 내 사주를 종이에 써내려 가기 시작하셨다. 고대했던 탓이었을까? 내 사준 친구의 사주보다 좀 더 천천히 풀이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사장님이 입을 떼셨다.


 “음 금의 성질이 강하네.”

 사장님은 내가 많은 재능을 타고났고 금의 성질이 강하다고 말씀하셨다. 금의 성질이라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기에 융통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도 하셨다. 그리곤 한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타고난 재능에 비해 길이 좀 안 열리네. 그 재능이 빛을 발하기가 힘들어.  열심히 야겠어!


 난 나름 최선을 다하며 목표로 했던  거의 이뤘기에 그땐 더 열심히 하란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경단녀가 되고 나니 사주를 봐주셨던 사장님 말씀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무릎이 ‘탁’ 하고 쳐질 정도였다.


 난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며 일상에 안주했고, 안주하던 삶은 결혼해 육아를 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그리고  삶 속에서 무언가 이루고자 했던 열정 또한 점차 식어갔다.

 ‘정말 사주대로 흘러가는 걸까? 아님 내가 일상에 안주한 채 열정을 갖지 않아서였을?’


 맘처럼 되지 않는 복직으로 인해 사주팔자를 탓하며 한동안 신세 한탄을 해야만 했다. 깊은 한숨만 내쉬며.

 ‘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