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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인연이 닿으면

by 유진

주환이 걱정되었던 혜유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연정과 함께 주환의 반으로 향했다. 주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막 교실을 나서는 중이었다. 혜유는 급히 주환을 붙잡았다.


"주환아."

"응? 왜?"


주환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는 게 티가 났다.


".. 너 왜 계속 괜찮은 척 해? 안 괜찮잖아."

"나 정말 괜찮아. 그런 말 들은 거 한두 번도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들어서 놀랐나 봐. 가볼게. 학원 가야 해서."

"야..!"


주환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혜유는 더 이상 주환을 잡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연정은 그런 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환이가 그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나 봐, 과거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래도.."

"이제 그만하자. 주환이만 더 불편해질 것 같아."

"으응.."


혜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학원으로 갔다. 민서가 혜유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왔냐?"

"어? 아, 응.."

"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그냥.."

"너, 저번도 그렇고 계속 나한테 이렇게 말 안 할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섭섭하다, 야. 좀 알려주면 뭐가 덧나냐?"

"하.. 말하기 좀 그래서.."

"그럼 말하지 마. 나도 삐질 거야! 흥!"

"민서야, 왜 그래~.."


민서는 긴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심술을 부렸다. 그런 민서에게 혜유는 장난을 치며 민서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민은 홀로 강당에 남아 농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항상 해왔던 일과 중 하나였다. 그 순간, 강당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전하네, 한 민."


민이 뒤를 돌아보자 승현이 씩 웃으며 서 있었다. 민이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네가 여긴 무슨 일로?"

"가 오면 안 되기라도 하는 이유가 있나?"

".. 그래서 왜 왔는데?"

"그냥 예전 농구부 생각나기도 한 김에 오랜만에 왔어. 아, 참. 요즘 너 신혜유랑 친해진 것 같더라? 걔 원래 내 여자친구였잖아. 알지?"

".. 네가 농구부였다는 걸 말해도 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 신혜유가 네 여자친구였다는 건 더더욱."


승현은 아무 말 없이 민을 바라보았다. 민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에 왜인지 모를 분노가 가득했다. 승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민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너 뭔데 자꾸 기어오르지? 적어도 내가 농구는 너보다 더 잘했던 것 같은데. 농구부에서 도움도 안 되는 새끼가 나보고 이래라 저랬다 할 수가 있나?

"..."

"알아서 조용히 짜져 있어. 네 과거 내가 다 알잖아."


둘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승현은 말없이 강당을 나갔다. 민은 승현이 나간 문을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개새끼.."


민은 두 주먹을 꽉 쥐며 농구하던 것도 그만두고 짐을 챙겨 강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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