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다르다는 게
"다녀왔습니다."
주환이 지친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가자 주환의 엄마가 반갑게 반겨주었다.
"왔니? 배고프지?"
"네, 뭐.."
"방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맛있는 거 해줄게."
주환은 방에 들어가 바닥에 책가방을 던져 놓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새하얀 천장에 아까 들었던 말들이 그대로 새겨지는 것 같았다.
"난 언제까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주환아! 옷 다 갈아입었어?"
"잠깐만요, 갈아입는 중이에요!"
주환은 서둘러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평소보다 식탁이 음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먹어 보라며 재촉했다.
"공부하느라 힘들지, 우리 아들? 얼른 먹어 봐!"
주환은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엄마의 모습을 봐서라도 어쩔 수 없이 먹기 시작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입맛이 없어서일까 입에 들어가는 게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야, 이놈아. 화장품 안 놓고 먹어?"
"아, 뭐..!"
주환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여동생인 주현을 쳐다보았다. 주현은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여서 그런지 하루 종일 화장만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옆에는 항상 휴대폰 또한 함께 있었다.
"얼른 밥이나 먹어. 또 좀 있다가 배고프다고 징징 거리지 말고."
"내가 언제 징징거렸다고 그러는데..!"
"밥 제대로 안 먹으면 화장품 엄마가 다 가져가 버린다."
"아, 진짜."
주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주환은 그런 주현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화장해도 너 예쁘게 봐줄 사람은 있어?"
"하, 뭐래? 나 학교에서 완전 인기 많아!"
"그냥 물어본 거야."
주환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은 주환의 모습에 주현은 짜증이 났다. 주현은 두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오빠는? 오빠는 머리만 샛노래 가지고 학교에서 놀림 같은 거 안 받아? 나는 흑발이잖아. 오빠는 금발이고."
주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은 걸 본 엄마가 주현의 등을 때리며 다그쳤다.
"너는 말을 해도 꼭..!"
"틀린 말 없잖아!"
".. 잘 먹었습니다."
주환은 밥을 먹다 말고 그대로 방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주현에게 하지 말라며 넘어갔을 텐데, 오늘은 그런 말을 들어서일까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주방에서는 엄마가 주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주환은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왔다.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라도 할 생각이었다.
항상 이래왔다.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면 공부를 했다. 공부라도 잘해서 꼭 복수하자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지금은 공부는 그냥 해야 하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신 차려, 최주환. 시험이 코앞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