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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중간고사

by 유진

쥐도 새도 모르게 중간고사 날짜가 되었고,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등교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정이 교실에 들어가자 혜유가 먼저 교실에 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전부. 연정은 혜유에게 조그맣게 인사를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40분 뒤면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쉴 틈 없이 시험을 치다 보니 3교시는 훌쩍 지나가 있었다. 혜유는 기지개를 켜며 연정에게 물었다.


"잘 봤어?"

"아, 그냥.. 사실 잘 모르겠어. 너는?"

"이번 국어가 조금 헷갈리긴 하더라. 그래도 나머지는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아."

"되게.. 스스로를 잘 아네."

"응?"

"나는 모르잖아, 그런 거. 어떤 게 헷갈렸고, 어떤 걸 잘 봤는지. 그래서 네가 부럽다고."

"아.. 연정이 너도 할 수 있어!"


혜유는 해맑게 웃으며 연정에게 말했다. 연정은 그런 혜유를 보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할 수 있지, 나도."


혜유와 연정은 함께 급식을 먹으러 갔다. 혜유는 배가 엄청나게 고프다며 거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혜유를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승현이 서 있었다. 혜유는 승현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승현은 그런 혜유의 반응이 즐겁다는 듯이 천천히 혜유에게 걸어갔다.


"신혜유, 오랜만이다? 시험 잘 봤냐?"

".. 네가 그걸 왜 묻는데?"

"나한테 왜 이렇게 까칠해, 섭섭하게. 그래도 우리 그간의 정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정? 웃기지 마. 너한테 정 같은 거 없으니까."

"너 엄청 변했다. 예전에는 나 좋다고 졸졸 쫓아다녔으면서."


혜유는 아무 말 없이 승현을 바라보았다. 승현은 혜유의 뒤에 서 있는 연정을 힐끔 바라보더니 혜유에게 물었다.


"쟤 너 친구야?"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상관할 바 아니긴 하지. 저번에 쟤가 나 꼬나보더라고. 혹시 알아? 너랑 나 사이 알지."

"그만해. 네 얘기는 들을 가치도 없는 것 같으니까."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승현은 허리를 살짝 숙여 혜유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승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혜유의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승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 뒤에 있는 년도 같이. 아, 우리 둘 사이 아직 쟤한테 말 안 했으면 내가 대신 말해줘도 되고."


승현의 말에 혜유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승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친구들과 급식을 먹으러 향했다. 승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혜유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혜유를 연정이 잡아주었다.


"혜유야.."

".. 나 괜찮아, 연정아. 배고프지? 얼른 밥 먹으러 가자."


혜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서서 연정과 함께 급식을 먹으러 갔다. 혜유는 급식을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깨작거리기만 할 뿐, 먹지는 않았다. 연정이 그런 혜유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혜유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교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혜유가 가고 머지않아 승현이 교실을 찾아와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찾는 사람이 없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연정과 눈이 마주치자 연정에게 이리 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너 신혜유 친구지? 전에 등교할 때도 만났고, 아까 우리 급식실에서도 만났잖아."

".. 근데 왜?"

"신혜유 친구들은 원래 이렇게 다 싸가지나 없나?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지?"


승현은 아까와는 정반대로 달라진 눈빛으로 연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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