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중간고사도 어느새 다 지나가고, 혜유가 마음대로 신청해 버렸던 학교 축제가 어느덧 일주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연정은 반강제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막상 학교 축제에 나간다 하니 설레기도 했다.
"연정아, 나 오늘 목 상태 진짜 안 좋지.."
"음.. 글쎄. 평소보다는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하.. 오늘이 축제가 아니라 다행이야. 연정아! 우리 학교 축제 때 1등 해 버려서 전교생들이 우리 다 알게 하자!"
"유명해지는 건 혜유 너 같은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고. 난.."
"넌? 왜? 네가 유명해지는 게 왜 안 어울려?"
"그냥.."
"유명해지는 거 어울려. 걱정하지 마."
혜유는 또다시 연정이 미소 짓게 만들었다. 혜유는 지금껏 항상 이래왔다.
학교 음악실에서 한창을 연습하다가 가방을 챙겨 나서려는데 마침 농구공을 챙겨 강당으로 가는 민과 둘은 마주쳤다.
"너 농구하러 가?"
"응. 근데 넌 왜 음악실에서 나와?"
"나 연정이랑 축제 나가거든!"
".. 네가 축제를?"
"응! 고등학교 가기 전에 나가야지. 추억도 쌓을 겸?"
"그래, 열심히 해라."
"응, 너도 농구 열심히 해."
민은 강당 방향으로 어느새 사라졌다. 연정이는 혜유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너 쟤랑 친해졌었어?"
"아.. 내가 너한테 말 안 해줬었나? 하긴, 아무한테도 말 안 했긴 했네.. 사실 민이랑 농구하면서 부쩍 가까워지긴 했어. 그 후로 친해지니까 말도 하고."
".. 넌 친해지고 싶은 사람하고 되게 쉽게 친해지나 보다."
"그런가?"
어느새 시간은 흘러 축제 날짜가 다가왔다. 무대 옆에 있는 체육준비실 겸 대기실에서 무대에 나가는 많은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혜유와 연정도 있었다. 연정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삑사리 나진 않겠지?"
"나는 가사 잊어버릴까 봐 더 걱정돼."
혜유와 연정의 앞 순서에는 2팀이 있었지만 금방 끝나고 둘의 차례가 되었다. 혜유가 무대 위로 나오자 전교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반대로 연정을 보고는 누구냐는 듯 웅성거렸다. 혜유는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혜유입니다."
"저는 김연정입니다."
"오늘 저희 팀이 부를 노래는 데이식스의 HAPPY 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이 노래를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혜유가 말을 마치자마자 무대 조명이 잠시 꺼졌다 이내 켜지며 반주가 흘렀다. 혜유가 먼저 노래를 불렀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뭔가 하나씩은 걸리는 게 생기죠.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연정도 실수 없이 첫 파트를 잘 해내었다. 혜유는 연정에게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이어갔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꿈을 찾게 되는 날이요. 너무 기뻐 하늘 보고 소리를 지르는 날이요."
"뭐, 이대로 계속해서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노래는 하이라이트에 다다랐다.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So help me. 주저앉고 있어요. 눈물 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요. Tell me it's okay to be happy."
1절이 끝나고 반주가 나오자 전교생들이 환호했다. 혜유와 연정은 지금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빛났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