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연정은 위협을 느끼며 자연스레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을 본 승현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너 근데 진짜 신혜유랑 나 무슨 관계인지 알아?"
".. 내가 어떻게 알아."
"아는 눈치인데? 말해 봐. 어디까지 아는데?"
"모른다고."
"알잖아. 어떤 년인지는 몰라도 누가 너한테 말해준 것 같던데?"
승현의 말에 연정은 흠칫했다.
"봐, 내가 딱 맞췄지? 너 편의점에 그 년이랑 있던 날, 내 친구가 들었다더라."
"거짓말."
"진짜인데. 안 믿으려면 믿지 말던가. 네 마음대로 해."
승현은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다시 연정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근데 신혜유 말고 나랑 사귀었던 애, 누군지 말해줄까?"
"안 궁금해."
"나도 안 말해주려 했어. 나중에 상황이 더 재밌어지면 말하려고."
승현은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연정은 서둘러 짐을 챙겨서 학교를 빠져나왔다.
시험 2번째 날에는 수학이 있던 터라 혜유는 학원으로 향했다. 수학 시험은 언제나 잘 봐야 했다.
"신혜유! 시험 잘 봤냐?"
"응, 뭐.. 근데 국어는 조금 어렵더라."
"난 진짜 망했어. 너 오늘 무슨 과목 봤는데?"
"국어, 역사, 과학. 너는?"
"사회, 과학, 영어."
"영어 어땠는데? 어려웠어?"
"그냥 내가 공부 안 한 거지, 뭐.."
혜유는 입이 삐죽 나와있는 민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너야 다음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하, 오늘 쫓겨날지도 몰라."
어느새 학원이 끝나고 혜유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두워진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민이 보였다. 혜유가 민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하자 민도 고개를 돌려 혜유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어? 아, 응."
"너 되게 농구만 하는구나.."
"농구만 하는 건 아니라니까.. 나도 할 건 해."
혜유는 배시시 웃으며 민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민도 혜유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연정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교실에 도착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혜유가 들뜬 표정으로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연정에게 한 포스터를 들이밀었다.
"이거 봐!"
"이게 뭔데?"
"학교 축제 포스터! 그중에서도 노래!!"
".. 너 하게?"
"응!"
"진짜 너답다.."
"너도 같이 하자, 연정아! 나 너랑 같이 하려고 쌤들한테 졸라서 받은 거란 말이야.."
"난 그런 거 별로.."
"한다고? 알았어, 네 이름 쓴다!"
혜유는 연정을 대답을 듣기도 전에 신청목록에 연정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신혜유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