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

돌이킬 수 없는 것

by 유진

그 모습을 본 다른 여학생이 혜유의 뒷 머리카락을 잡았다.


"이게 미쳤나..!"


혜유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여학생의 손목을 비틀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놓게 했다. 혜유는 맞아서 여기저기에서 피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여학생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교실 뒤편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순간, 지나가던 민이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와 상황을 파악했다. 거의 모두가 이미 이성을 잃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민은 서둘러 혜유를 때리려던 여학생을 밀치고 혜유의 손목을 붙잡았다.


"신혜유!"

"이거 놔!!"


혜유가 소리를 지르고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민이었다. 순간 혜유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한 민.."

"그래, 내가 한 민이다. 너 이제 좀 주변이 보여?"


혜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미 자신에게 맞은 여학생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자신 또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네가 지금 무슨 상황 만든 지 알겠지."


혜유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당황하다가 이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연정을 보고 민의 손을 뿌리쳤다.


"신혜유, 너.."


혜유는 잠시 민을 쳐다보다가 이내 교실 밖으로 나갔다. 교실을 나가자마자 교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학생들이 혜유를 보고 조금씩 피하기 시작했다. 혜유는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1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밖에서는 거세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혜유는 그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학교 밖으로 달려갔다. 더 이상 이 학교라는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혜선이 소파에 드러누워 있다 말고 혜유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야? 꼴은 또 왜 그래?"

"..."


혜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혜선이 황급히 혜유를 쫓아가 방문을 열려했지만 이미 방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데. 학교에서 조퇴한 거야? 무단으로 나온 건 아니지?"

"..."

"문 좀 열어 봐. 언니랑 얘기 좀 하자. 무슨 일인지 들어주고 싶어서 그래."


하지만 혜유의 방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저녁이 되고 엄마가 방문을 열쇠로 열고 나서야 혜유를 볼 수 있었다. 혜유는 축 늘어진 채 시체처럼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순간 화를 냈다.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학교에서 전화 왔어. 너 이제 벌점 먹을지도, 소선도 갈지도 몰라. 너 모범생이었잖아. 분명 그랬잖아. 근데 왜 엄마한테 이렇게 실망을 줘?"

".. 미안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끝나는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 너 내일 학교는 어떻게 갈래? 선생님들이 너 평소대로 대해줄 것 같아? 친구들은? 친구들도 널 좋은 눈으로 봐줄 것 같아?"

".. 친구."

"너까지 진짜 왜 그래. 혜선이도 이런 적은 없었어. 학교에서 사고는 많이 쳐도 너처럼 이런 적은 없었다고. 친구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 나 이제 친구 없어서 안 부끄러워."

"뭐?"


혜유는 침대에서 일어나 엄마를 마주 봤다.


"나 이제 친구 없다고, 엄마. 내가 소중한 친구로 여겼던 애가 날 버렸어. 고작 소문에 휩쓸려가지고 날 혼자로 만들었어."


혜유의 말을 들은 혜선은 곧바로 연정을 생각해 냈다.


"야, 너.. 걔야? 걔가 너 버렸어?"

".. 어. 걔가 나 버렸어. 덕분에 전교생들 다 날 괴물 보듯이 봐, 이제.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어?"

"혜유야.."

"나 이제 정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미안해, 모두에게. 더 이상은 나도.. 못 버티겠다."


혜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혜유는 눈물을 대충 손등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혜유가 신발을 신고 나가려고 하자 혜선이 혜유를 붙잡았다.


"너 어디 가?"

".. 잠시만 밖에 좀 나갈게. 집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

".. 혹시 그런 생각이라면.. 그런 생각하지 마."

"안 해."


혜유는 훌쩍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혜유가 나올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민이 혜유의 아파트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혜유는 민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주춤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레 다가갔다.


".. 민아."


혜유의 목소리를 들은 민이 뒤를 돌아 혜유를 쳐다보았다.


"왔어?"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