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

소문

by 유진

"김연정, 빨리 안 와?"

"어? 금방 갈게!"


연정은 서둘러 학생 무리에게 뛰어갔다. 여학생들에게 잘 어울려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연정은 잦은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가끔 자신을 잘 챙겨주던 혜유가 그리웠다.


"김연정, 너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신혜유가 너 뒷담 까고 다닌다던데? ㅋㅋ"

"혜유가..?"

"어, 이미 들은 애들 한 둘이 아님. 너 완전 뒤통수 까였네?"

"..."

"우리랑 어차피 지금 친구니까, 이참에 신혜유랑 손절해."

"손절하라고? 이렇게 갑자기?"

"걔는 너 뒷담 까잖아. 미련 남은 거 아니지? 우리 두고?"


연정이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 기세에 눌리기라도 한 걸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왔다.


"응, 그래야지. 너네들이 내 진짜 친구니까."


연정의 말에 여학생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연정은 그 미소를 보면서 잠시 안정감이 들었지만, 이내 그 안정감도 오래가지 못했다. 연정의 진짜 친구는 누구인 걸까.




혜유는 씻고 나와 방으로 가 머리를 말렸다. 평소의 해맑은 미소가 조금 사라진 것을 느낀 혜선이 혜유에게 물었다.


"너 무슨 일 있냐?"

".. 없는데."

"있는데? 너 표정으로 다 보여."

"아니라고. 왜 맨날 언니가 난리야."


혜선이 입술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네 언니니까 걱정돼서."

".. 언니가 내 걱정도 해?"

".. 나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하더라고, 네 걱정."

"놀랍네, 그건 좀."

"그러니까 언니한테 다 말해봐. 언니가 바보 같아 보이긴 해도 네 고민 하나는 들어줄 수 있어."


혜유가 피식 웃으며 혜선을 바라보았다.


"언니가 바보 같아 보인단 건 아나 봐?"

"야, 너..!"

"됐어. 언니 말고 다른 친구들한테 말하면 돼."

"하여튼 동생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혜유가 혜선을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도 언니 걱정시키기 싫어서 그래."


혜유의 말에 혜선이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버벅거리며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 혜유는 방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혜유가 교실로 들어가자 반 학생들 모두가 혜유를 일제히 쳐다보았다. 혜유가 당황하며 가방을 내려놓는데 여학생들이 혜유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 뒤엔 연정도 서 있었다.


"너 우리 연정이 뒷담 까고 다닌다며?"

".. 내가?"

"어, 네가. 아니야?"

"나 연정이 뒷담 안 깠는데. 까고 싶지도 않고."

"와, 얘 봐라. 내 친구들이 다 들었다는데 어디서 구라를 치고 있어? 너 진짜 뻔뻔해."


혜유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뒤에 서 있는 연정에게 말했다.


"너 이 말 믿고 그렇게 나 피해서 있는 건 아니지?"

"..."

"너 믿는 거 ㅇ.."


그때, 여학생들 중 한 명이 혜유의 머리를 때렸다. 혜유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여학생이 비웃으며 말했다.


"아, 미안. 네가 너무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길래 나도 모르게 그랬네."

".. 너 지금 뭐 하냐?"

"왜? 사과도 했잖아. 잘못됐나?"


혜유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화를 참았다.


"적당히 해. 짐승 같이 손부터 나가지 말고."


혜유의 말을 들은 여학생이 머리를 뒤로 한 번 쓸어 넘기더니 이내 혜유를 발로 걷어찼다. 혜유는 힘 없이 뒤로 주춤거렸다.


"어쩔 건데, 네가. 이제 친구도 없잖아. 너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해?"


혜유는 그 자리에 서서 여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을 때린 여학생에게 걸어가 뺨을 때렸다.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