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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졸졸

순이의 긴 하루

by 김문주

엄마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다.

졸졸졸

책상 밑 그늘에 엎드린다.

바람 솔솔 잠이 솔솔


엄마가 화장실에 간다.

졸졸졸

차가운 타일에 엎드린다.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담쓰담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한다.

졸졸졸

얌전히 앉아 기다린다.

부스러기 떨어질 때까지.


엄마가 윙윙 청소기를 돌린다.

이쿵! 최대한 멀리 멀리

현관 앞 내 방석에 피신.

엄마는 센스쟁이


엄마가 침대에 눕는다.

졸졸졸

엄마가 목덜미를 주무르고 배를 쓰다듬고

발가락 맛사지를 하고 발냄새를 맡고 내 코에 뽀뽀를 한다.


긴 긴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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