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왔다.
갈색과 흰색과 검은색이
얼룩덜룩 제 멋대로 섞인
털은 민들레 홀씨처럼 푸석푸석 날리고
몸에선 소똥냄새
눈에는 빨간 체리아이
나를 보면 귀를 납작 눌러 공손한 자세를 취하는
아주 볼품없이 해괴한 강아지다.
오죽 못생겼으면 엄마가 울이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소 우리, 소막에서 소를 지키던 개.
깨방정을 못 참고 목줄을 잡아당겨
체리아이가 생긴 천방지축
그래도 나는
그 아이를 너그러이 받아준다.
물지도, 으르렁대지도, 짖지도 않는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을 땐
내 사료를 남긴다.
엄마가 웃는다.
서영이언니가 웃는다.
그 녀석의 발라당 애교에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못난 짓에도
엄마와 서영이언니가 까르르 웃는다.
그러면 됐다.
이제 4개월 된 녀석은
내가 사료를 먹으면 먹고
내가 간식을 먹어야 먹는다.
내가 짖어야 따라 짖고
흰자위가 많이 드러나는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
내가 틈을 보이면
은근슬쩍 다가와
내 뺨을 한 번 쓱 핥아준다.
선은 넘지 마라
눈빛으로 경고를 보낸다.
난 유전적인 엄마랑 한 달 만에 떨어져 이 집에 왔지만
저 녀석은 개엄마랑 4개월이나 살았다.
그래서 난 동족을 핥아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어쩌라고.
그래도 내 방석에서 자는 것
허락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순 없지만
고향에 두고 온
엄마 꿈을 꿀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