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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주 Oct 19. 2024

순이의 고백(자폐스펙트럼 오빠에게)

시인: 문주집에 사는 순이

우리 오빠는

나에겐 친절해요.

나를 쓰담해 주고 안아주고

다정하게 말해요.


하지만

고기를 먹을 땐

내가 아무리 달라고 짖어도 안 줘요.

인간의 음식을 먹으면 안 된대요.

내 건강이 나빠진대요.


내가 소리에 예민한 줄 알면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려 게임을 해요.

엄마에게 화를 내면

내가 무서워서 현관 앞에 가 있는 걸 알면서

참지 않아요.


그래도

오빠는 엄마가 아프면 엄마 밥은 안 줘도

내 사료는 꼭 챙겨줘요.


엄마의 슬픔을

서영언니의 아픔은 몰라도

나와 울이의 간식은 챙겨줘요.


엄마는 내가 오빠의 무감정한  마음을 고쳐줄 수 있대요.

인간의 사랑은 변덕이 심해서

온전한 사랑을 줄 수가 없지만


나는 오빠가 시끄럽게 해도

화를 내도

눈물을 흘려도

오빠에게 꼬리를 흔들고 달려들고

품에 안기고

오빠의 눈물을 핥아주기 때문에

오빠가 감정을 느끼고 점점 좋아지는  거래요.


근데

그거 알아요?


나도 잠은 꼭 엄마랑 잔다는 거.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엄마가 그 사람을 사랑해서 그렇다는 것.

그 사람이 치유되어서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지루한 견생을 버티는 힘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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