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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주 Oct 19. 2024

종기

시인: 문주집에 사는 순이

오른쪽 귀 표면에 뭐가 났다.

사실 난 뭐가 났는지도 몰랐는데

엄마가 자꾸 만지니까 뭔가 난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마에도 나고

또 왼쪽 귀에도 났다


엄마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 병원엘 데려갔다.

의사는 무성의하게

두고 보자고 한다.


주사라도 맞을 줄 알고 잔뜩 쫄았는데

다행이다.


엄마는 날마다 내 종기를 살짝 만지면서

사료를 바꾸고

영양제를 사고

고기 간식을 줄이며

호들갑을 떤다.


겨울이 다가오니

엄마 발목 살갗이 거칠다.

엄마가 가려운지 긁는다.


핥아준다.

크림을 바르라고!!!

꽃향기처럼 달콤한 크림

얼굴에만 바르지 말고.


엄마가

내 사료를 바꾸고

영양제를 사고

내 종기를 걱정하면서

엄마의 피부는 날마다 거칠어진다.


그래서 나도 있는 힘껏 핥아준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이 이것뿐이라

나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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