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문주 Oct 18. 2024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시인: 문주집에 사는 순이

엄마가

분주하다.


엄마는 원래 정리도 잘 안 하고

청소도 잘 안 하는데.


쓸고 닦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그릇들을 꺼내서 정리한다.


나는 소파 위로 올라갔다가

작은 방으로 갔다가

현관으로 피해있는다.


비가 온다.

창문 밖을 내다본다.

비가 와도 산책을 갈 때가 있는데....

오늘은 영 렀다.


간식을 달라고

간식통을 흔들어도

엄마는 나를 보지 않는다.


무엇이 엄마를 분주하게 하는지

무엇이 엄마를 슬프게  하는지

무엇이 엄마를 넋 나가게 했는지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가만 엎드려 엄마를  빤히 바라본다.


인간 세계는 복잡하다.

사랑한다면서 아프게 하고

사랑한다면서 불안하게 하고

사랑한다면서 그 마음을 시험한다.


나는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간식이 먹고 싶으면 끙끙대고

식탁 위 고기가 탐나면 컹컹 짖고

산책하다 엄마가 안아주면 고마워서 입술을 핥아주고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 눈물을 핥아먹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나는 가끔 슬픈데


사람들은

더 많이 표현하고

더 잘해줄 수 있음에도


그 마음을 숨기고

랑한다는 이름으로

애달프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구글 드라이브 영원히 삭제된 문서 복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