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분주하다.
엄마는 원래 정리도 잘 안 하고
청소도 잘 안 하는데.
쓸고 닦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그릇들을 꺼내서 정리한다.
나는 소파 위로 올라갔다가
작은 방으로 갔다가
현관으로 피해있는다.
비가 온다.
창문 밖을 내다본다.
비가 와도 산책을 갈 때가 있는데....
오늘은 영 글렀다.
간식을 달라고
간식통을 흔들어도
엄마는 나를 보지 않는다.
무엇이 엄마를 분주하게 하는지
무엇이 엄마를 슬프게 하는지
무엇이 엄마를 넋 나가게 했는지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가만 엎드려 엄마를 빤히 바라본다.
인간 세계는 복잡하다.
사랑한다면서 아프게 하고
사랑한다면서 불안하게 하고
사랑한다면서 그 마음을 시험한다.
나는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간식이 먹고 싶으면 끙끙대고
식탁 위 고기가 탐나면 컹컹 짖고
산책하다 엄마가 안아주면 고마워서 입술을 핥아주고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 눈물을 핥아먹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나는 가끔 슬픈데
사람들은
더 많이 표현하고
더 잘해줄 수 있음에도
그 마음을 숨기고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애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