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편
꿈꾸는 자전거
오봉수
주공아파트 자전거 거치대에
고장 난 늙은 자전거가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계속된 야근과 불면으로 전조등은 희미해지고
아파트 대출금과 학자금 상환에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
앞바퀴는 닳아서 펑크가 나고
기름칠 덜 된 핸들은 관절염으로 방향감각을 잃었다
씽씽 달리고 어깨에 힘이 있을 때는
가보(家寶)처럼 집 안에 있었지만
몸통에 하얀 꽃이 피자 명예 퇴직자처럼 집 밖으로 밀려났다
자물쇠가 없어도 도난 걱정은 없으며
아파트 꼬맹이들이 막대기로 펑크 난 바퀴를 찌르고
돌멩이를 던져도 경음기조차 울리지 않는다
밤이면 밤마다
깐깐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민원을 핑계 삼아
고물상에 팔아 버릴까 봐 두렵지만
살얼음이 녹고 봄바람을 만나면
별을 싣고 들꽃향기 맡으며
비포장 자갈길을 흙먼지 날리며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