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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다.

by 와이와이

C는 나를 다그쳤다. 나를 가르치고 싶은 걸까. 나를 판단하고 싶은 걸까.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맙다는 생각을 뒤로하며 집으로 떠났다. 지금은 S의 앞에 앉아있다. S는 자기의 일을 매우 열심히 한다. 요즘 들어서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멍청하고 의욕 없고 뭔가 몸에 힘이 없는, 목표가 없는, 눈에 힘이 없는, 말수가 적어지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러지 않고 싶은데도 계속 고민인 거지. 내가 누구고, 어디고, 앞으로 뭐를 할 것이고,. 웅. 오늘 아까 계속 생각했다. 예전에는 미친 듯이 그렸던 것 같고 잘 그리고 싶어서 애를 썼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허무함이 나를 지배하더니 어느새 그냥 돈이 많은 게 최고인 것 같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나는 나를 바라본다. 옛날의 나. 그리고 그때의 나한테 묻고 싶다. 지금 궁금해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세상에 그림 그린 다는 사람들은 어떤 힘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묻고 싶다. 나는 가난하면서 예술을 할 자신이 없다. 돈 많이 벌면서 예술을 하고 싶다. 예술이 싫어? 아니? 근데 못살고 싶지 않아. 근데 또 돈을 좇아가면 돈을 많이 벌까? 맨날 일하면 사실 돈 모으는 거 가능해. 귀찮고 힘들지만 성실하기만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냥 그런 거야.







날은 흐르듯이 넘어간다. 아침이 오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또 아침이 온다. 지겹도록. 나는 세상 속에 지배당하는 거야. 나는 엉망이 돼. 짐이 늘어나니까 그림 그리는 것도 정말 너무 짜증 나. 짐 놓을 곳은 없는데, 돈도 없는데 그렇다고 누가 나를 지원해주거나 하지 않을 거 아니야? 나는 혼자인데 어떻게 혼자 나아갈 수 있지? 나는 불쌍한 사람이야. 나도 날 도와주지 못해. 나는 혼란의 연못을 맴돌다가 그 속에 빠져 죽어버릴 거야. 그러면 연못을 비추는 달빛에 나의 피와 살과 뼈는 각각이 가진 빨강과 살구빛과 하양을 반사시키겠지. 그러면 그건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의미 있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난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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