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2

by 와이와이

2021. 11. 22


오늘은 동생의 생일이다. 십만 원 붙여줬다. 좋지도, 떳떳하지도 않은 형이다. 미안함을 어색함에 숨겨 지낸다. 관계는 어렵다. 모르겠다. 이상하다. 괴로워서, 관계를 주제로 삼았던 여태의 작업으로부터 도망쳐왔는데, 나는 왜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관계에 집착할까. 어렵다. 타인과 부대끼면 부대껴서 스트레스를 받고 혼자 있으면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 나. 나 자신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것일까.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과거의 회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돌이키면 지금보다 그 때가 더 행복했다고 느껴져 현재의 모습에 실망하고 만다. 학생시절 주위에 친구들이 수두룩했다면 지금은 혼자다. 외롭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로워만 하기도 싫다. 지금 이런 시기를 기회삼아 자기 개발을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일, 저축, 주택청약, 피부과, 치과, 옷, 머리, 공부 등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 곳이 많아 보인다. 지금껏 그림 때문에, 취업 때문에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고,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30분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이네. 괜찮아. 최대한 부담은 줄이고 싶다. 인스타그램에는 미술인들이 숱하게 보인다. 미술을 열심히 했고 대학원까지 갔기 때문인지 미술인이 많이 팔로우 되어있다. 나는 그 분야에서 멈추어있다. 다른 이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의 속도가 제각기 다르지만. 느린 속도도 절대적인 시간의 영역에서 보자면 결코 알량하지 않다. 강낭콩의 싹이 언제 났지? 언제 이렇게 자랐지? 할 때처럼. 모두의 관심이 사라진 밤에도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나의 싹을 뽑아버린 걸 수도,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기에 뽑아버린 싹을 냉동시켜놓은 것일 수도. 대신 다른 씨앗이 뿌려진 화분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큰 관심 받지 못하는 것들이라도 정성껏 물을 주고 기르고 싶다. 그 것들이 언젠가 나에게 큰 그늘을 그리워주었으면 좋겠다. 그 중에는 물론 미술처럼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느껴진다. 어제 한 생각인데 여태보다 더 나아가려면 조금 더 힘들고 어려운 것들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몇 년간 쉽고 익숙한 것들만 찾고 거기서 시간을 보냈다. 책으로 예를 들자면 소설인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다자이 오사무,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일본 책들을 꽤 많이 보았다. 일본 특유의 감성에 무척 매료되어 있었다. 가볍고, 앏게 보이는 깊은 숲 같은 느낌이 슬픔에 젖게 만들었다. 의미 없음의 의미 있음. 허무한 공기, 앞을 나아가야 함, 좌절 – 고통 – 고뇌 – 극복으로 이어지는, 혹은 고통 – 희망으로 소설 내의 연결고리. 이상하게도 일본 소설에 빠져있는 순간 나는 꽤 우울해졌던 것 같다. 우울에서 벗어나고자 책 속에 빠져있었는데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게 당연한 수순이다. 우울의 원인을 타개하지 않은 채 책으로 도망쳤기 때문이지. 원인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이건 지금의 생각이다. 너무 단순하고 볼품없어 보이는데 그게 당연해 보인다. 현실은 소설이 아니니까. 여태 착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소설과 함께 자란 우울은 그림으로 남아있다. 나는 당시 내 그림을 사랑하지만 일부러 들추고 싶지 않다. 거기엔 내가 남기고 나온 동굴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들어간 동굴인데, 그 안엔 또 다른 내가 있겠지. 내가 보는 가장 힘들었던 나, 가장 멋있었던 나. 정말 볼품없는, 가진 것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 때가 제일 내 로망에 가까워 보인다. 참 이중적인 나. 그 당시엔 참 괴로워했는데, 과거 미화가 나의 특기인가. 대학원을 나오며 주변인한태는 언제든지 다시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내가 다시 돌아갈까? 주변인들에게 돈을 버는 능력을 갖게 되면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 때가 되면 나는 미술가로서의 열정과 표현하고자하는 바가 다시 생겨날까? 오히려 현실에 더 쫒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20대인데(내년에 서른이지만) 왜 벌써 인생의 마지막에 왔다고 느끼는 것일까? 솔직히 30대가 되면 많은 것들이 고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는 것보다 멈춰서 현실적인 일들에 관심을 쏟는 시간이 많아질 것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왠지 미술은 움직이는 일. 돈이 되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해야 하는. 그런데 대학원 다닐 당시에는 돈 버는 능력이 없었고 경력이 없었지만, 돈 버는 능력이 생기면 그림은 언제든 그릴 수 있는 것이니까 나중에 해도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냥. 사실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100세 시대라고 생각하면 아직도 이른 시기니까,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싶네. 30분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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