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

by 와이와이

2021.11.27.


오늘은 토요일. 원래 교육을 가야하지만 어제 교육 중 본사에 코로나 접촉 이슈가 생겨 중단되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음성이란다. 이슈 때문에 어제 집에 오는 길에 검사를 하고 왔다. 코로나가 곧 2년이 되는데 검사는 이제 와서 처음 해봤다. 순식간에 콧속 깊숙이 들어가는 면봉 때문에 비명을 질렀다. “으악!” 살면서 여태 만져진 적이 없었던 곳이 후벼진 느낌이었다. 당황했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되게 신박한 촉각적 경험이었다. 18년도, 19년도에는 촉각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렸다. 면봉 때문에 느꼈던 이상하고 민감한 촉각 경험은 이 느낌을 어떻게 그림으로 옮길 수 있을지 잠깐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주었다. 결과는 2시 이후에 나온단다. 마스크를 잘 꼈기 때문에 음성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잤다. 8시에 일어나고 싶었는데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자버려서 11시에 깼다. 아침잠을 줄이고 싶은데 어렵다. 아침잠을 참는 것이 늦게 자는 것보다 힘들다. 문자가 왔다. 음성이란다. 다행이네. 다시 돌아와서, 요즘엔 아침 입맛이 없다. 아침을 먹어야 잠이 깨고 뇌가 활성화된다지만 잘 모르겠다. 커피를 마셔도 충분하게 느껴진다.

어제 교육할 때 선생님의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수강생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다 적는다는 것이다. 자기소개뿐만 아니라 취미사항까지도 세세히 적었다.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오던지 자신의 연관된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덕분에 밝은 분위기로 시간이 이어질 수 있었다. 교육계통에 오래 몸담으면서 생긴 태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그 태도가 타인을 대할 때도 생기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교육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낀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기로 이끄는 능력이 중요한데, 거기선 그러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수인 것으로 보였다.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시간이 많았었는데, 일에 대한 공부에서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얻은 기분이다.

관계 고민에서 출발한 그림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그건 나의 모자람에 대한 불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학부 시절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고민 또한 많아졌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19년에는 그게 더 심해졌다. 사건이 생기면서 자신에 대한 회의가 강해지기도 했다. 오히려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관계법에 대해 터득하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여자 친구를 생각해도 그렇다. 나는 보통 그녀에게 배려하는 스탠스였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애처럼 찡얼거리기도 하고 우기기도 했다. 강요하기도 했었고 눈치주기도 했었다.(물론 사귈 때는 둘 다 무척 행복했다.) 그녀가 나로부터 멀어짐을 느끼면서, 핸드폰에 옛날 사진이 뜨는 것을 보면서 내가 배려해주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고 그게 참 미안하다. 물론 그런걸 느낀다고 이제 와서 관계 개선이 생길지는 만무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앞으로의 나의 태도밖엔 없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디냐는 생각도 든다.

요즘 다시 하루 할 일을 리스트업하고 있다. 연초 미술관에서 일했을 때부터인가 리스팅을 관두었다.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리스트를 만드는 데 큰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일이 없을 때에는 정말 나태해지는 상황이 자주 생겼다. 나태해지는 순간 무기력도 함께 찾아오고 의미 없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지는데, 긍정적인 면이 없다. 다시 리스트를 만들며 생활하니 분명 중간 중간 나태해질 때가 있긴 해도 다시 금방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오늘의 큰 스케줄과 그것 사이의 작은 할 일들이 나의 하루를 공전하게 만든다. 또 오늘 가장 시간을 많이 쓴 일이 무엇인지 한 눈에 보이기에 자기 관리를 하기에도 편리한 것 같다. 생활을 하는데 번거로워 보이는 일들이 오히려 삶의 질을 끌어올려줄 때가 자주 있다. 왠지 그런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에는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시청하고 책도 본다. 어제 교재를 받았으니 그것도 탐독할 것이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가계부를 다시 쓰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림을 그리면서 굉장히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을 많이 했었다. 특히 고독함, 외로움, 그리움이 중심된 감정에 사로잡혀 그렸다. 정말 힘들었다. 탐구하고 싶은 영역이 인간의 쓸쓸함이다보니 정신에 타격을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별 일이 없어도 과거의 일에 사로잡혀 괴로운 적이 태반이었다. 시간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빠졌던 강물 속에서 자발적으로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 지금의 일상은 태도의 측면에서 훨씬 긍정적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기 위한 실질적인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느껴져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며칠 전에도 적었지만 나의 전부를 담았던 그림을 다시 보고 싶진 않다. 그것들을 다시 바라보면 언제든 그 구멍 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은 과정중인가 보다. 확인해보니 시간은 지금 2분정도 남아있다. 19년도에 누군가의 요청으로 작성한 시를 쓰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냥 그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고등어조림을 먹으며 생각했다.

날은 갈수록 돌아오지 않는 것이 되었고

몸이 뱉은 배설물만큼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거운 마음으로 조림을 먹으니 다시 굴을 팔 자신이 없어졌다.

마음의 무거움을 없애려고 열심히 굴을 파려고 했는데

아무리 판들 도대체 무엇이나 나올까 하여 관뒀다.


어두운 굴 속을 들여다보니 까먹은 날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젠 구을 팔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몰라 우기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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