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8.

by 와이와이

2021,11,28


오늘은 글 쓰는 시간을 나눠서 써보려고 한다. 지금은 10분. 오늘은 늦은 점심에 친구 2명을 만날 예정이다. 고등학교 친구들. 한 명은 경찰이고 또 한 명은 건축을 전공하고 무슨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경찰인 친구는 자주 봐서 근황을 잘 알지만 또 다른 친구는 안 본지 5년 정도 되어 잘 모른다. 딱히 악감정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노는 취향이 다르고 그 사이 연애를 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학부 시절, 대학원 준비 1년을 거치며 바쁘기도 했고. 아무튼 설레는 기분이다.

솔로가 된지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서둘러 일을 구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치과도 다니고 있다.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후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재난지원금 중 10만원을 담배에 쓴 사람도 나밖에 없을 것 같다. 2보루 2갑을 샀는데 다 피고 새로운 한 갑을 샀다. 끊어야하는데 금단현상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 담배 끊는 게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10월은 나에게 가혹했다. 대학원 자퇴와 연애의 끝, 급하게 돈 벌려고 했던 카페 일 관둠. 지금은 그래도 생활면에서 활력을 많이 되찾았다. 하지만 뭐랄까. 누군가와 함께 현재, 미래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든다. 외롭다. 그런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없어져서 그럴지도 몰라.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만 사실 만난다고 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상황도 아니다. 또 뭐 항상 어떤 문제로 힘들어했고 이번엔 그런 사람이 없어서 힘든 것일지도. 아무튼 그런 사람에 대한 공허함이 요즘엔 담배를 태우는 주된 이유인 것 같다. 이거 다 핑계인데, 그렇다. 핑계대면서 흡연하는 것. 아침 입맛이 없다. 대충 빵과 햄버그스테이크, 커피로 때울 생각이다. 치과 약을 먹어야 해서 없는 입맛에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게 참 수고스럽다. 오늘은 그런 오전이다. 10분 끝.

밤. 하루가 넘은 시간. 점심, 광장시장.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스 라떼와 함께 친구와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미술 하며 만난 친구들이지만 지금은 모두 길이 다르다. 5년 이상 만난 적이 없던 친구였지만 생각보다 분위기는 편했고 이야기도 재밌었다. 나는 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어 신기하기도. 늦은 점심으로 육회와 소주를 마시고 용산역으로 가서 따릉이를 빌려 연남동까지 타고 갔다. 12km.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이자카야로 들어가 생맥주와 꼬치, 시오나베를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본 친구는 착하다. 그리고 넉넉한 집안 형편으로 궂은일은 안 해본 느낌이었다. 가게 점원을 대하는 태도가 쌀쌀맞았다. 뭐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게 조금 불편하게 보였던 이유는 오히려 내가 그런 일들을 많이 해봤기 때문일지도. 약 6년간 서빙, 바리스타, 만화책 카페, 베이커리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요식업 서비스직의 고충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거의 일들이 조각이 되어 뇌에 박힌 기분. 그래서 점원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기분. 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저녁을 마치고 그 친구는 먼저 들어갔다. 자주 보던 친구와 코인노래방에 갔다. 코로나가 만연한 상황이어서 노래방에는 굉장히 오랜만에 간 거였고 낯설었다. 우리는 마이크에 커버를 씌우고 마스크를 낀 채로 노래를 불렀다. 인디밴드, 옛날 락을 부르고 목이 쉬어 랩 위주로 신청하여 불렀다. 이렇게 노니 놀면서 갈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 종일 수다를 해댄 것 때문인지 오늘은 별로 외롭지 않네. 원래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면 곧잘 외롭고 기 빨리고 우울한 상태가 되었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솔로라서 그런가 오히려? 그냥 지금은, 요즘은 그냥 내 앞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기분이다. 들뜨지도 풀죽지도 않는 덤덤한 상태. 라이프 앤 타임의 <빛>이란 노래를 자주 듣는다. 헤어진 여자 친구의 컬러링이다. 아마 내가 얘보다 이 노래를 몇 십 배는 더 많이 들었겠지. <빛>을 들을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중인 느낌이 든다. 연애할 땐 음원을 듣지 않았는데, 5년 동안 듣다보니 머릿속에 가사가 새겨져 찾는 데 수월했다. 좋은 노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내가 그녀를 기다리고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와의 시간, 추억은 아름답고 다시 만끽하고 싶지만 그건 단지 과거다. 과거에 매몰되는 순간 내 시간은 멈춰버린다. 내 뒤로 적셔진 그림자를 뒤돌아 바라볼 뿐 다시 앞을 보고 나아가야한다. 나는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확실히 일을 구하고 할 일들이 생기니 인생이 전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나아가며 생기는 바람이 살갗에 닿듯. 다행이다. 바빠지는 상황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앞으로 할 것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네들에 더 신경 쓰는 오늘이 되자.

남은 시간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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