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5

by 와이와이

2021. 12.5


브런치에 일기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단순했다. 일기가 공개된 플랫폼에 올라가는 게 부끄럽지만 그것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쓰게 된다. 가령 12시가 넘었어도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일기는 왜 쓰는가? 거창한 이유는 없다. 단지 수동적으로 살기 싫어서. 내가 나로서 삶에 책임감을 갖고 살고 싶어서, 그때그때의 느낌이 문서화되면 막연히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글이 점점 쌓여가는 게 문득 신기해서 얘기한다. 이게 또 업로드 하다보면 모르는 누군가가 읽긴 하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땐 이게 일기인지 일상 설명문인지 헷갈리지만 그러면 또 어떠하리. 꾸준히 매일을 담는 소박한 목적일 뿐이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어제 열심히 세운 계획을 거진 다 실행했다. 하나, 두 개정도 못했는데 상관없다. 충분히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공부, 드로잉, 강아지 목욕, 밤 자전거 등 평일에 못 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하다 보니 집중도 잘 되고 좋았다. 특히 밤 자전거는 너무 좋았다. 긴 개천을 따라 가다보면 한강이 나온다. 한강 야경을 보며 자전거를 타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간다. 탈 때마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찬바람이 눈에 스미고 눈물이 흘러 젖은 눈으로 앞을 본다. 두 다리는 모터가 된 것 마냥 일정한 템포에 맞춰 페달을 밟는다. 날이 추워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시립지만 15분, 20분 즈음 시간이 흐르면 몸이 뜨거워져 전혀 아무렇지 않게 된다. 그런 몸의 감각이 살아있음을 다시 끔 느끼게 해준다.

자전거를 타고 오니 몸이 노곤하다. 저녁을 먹고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져 엄마랑 시켜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누군가와 맛있는걸 얘기하면서 먹을 때가 혼밥보다 훨씬 행복하다. 독립 많이들 하는 나이인데, 그냥 나는 안 하고 이렇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넘치지 않지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어제 계획한 것보다 많이 늦게 자게 되었지만, 이렇게 된 것도 크게 게 의치 않다. 오늘 또 별 생각 없이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쿠팡에서 며칠 전 시킨 나초를 나초치즈소스에 신나게 찍어 먹었다. 진짜 환상이다. 날씬한 체형을 좋아하고 유지해왔지만 요즘엔 얼마나 식욕이 좋은지 모른다. 체력이 약해서 그런가 매일 어디를 다시 나가게 되니 몸이 음식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혼자 지내는 것도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할 일도 많고 좋은 친구들도 많아서, 시간이 없고 돈 쓸 곳이 많아서 당분간 연애는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머리의 생각일 뿐, 손가락은 자꾸 틴더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뭐 되는 것도 없다. 나는 내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외모라고 생각하지만(그렇다고 대단한 외모는 절대 아니지만) 여태 해본 결과로는 실패 100퍼센트. 그걸 알면서도 무슨 공허함을 느껴서인지 들어갔다가 현실 타격감을 맞본 뒤 나오길 반복한다.(틴더에 매달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연애를 오래 하면서 맛본 안정감이란 게 사라져서 이런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웃긴 게, 어플을 보면서도 돌이켜보면 지금 연애가 나에게 독이 될거라는 생각들이 막 들어서 무슨 시간낭비인가 한다. 아이러니하고 어리석은 한 사람의 독백이다.

어제, 오늘 담배를 피웠다. 사랑니 실밥은 내일 제거하지만 증세가 많이 나아지니 반절가량 남아있던 담배 갑에 손이 갔다. 오늘 남은 담배를 모두 태워냈다. 금단 증상이 없어지는 건 좋은데, 며칠 만에 펴서 그런지 혹은 몸이 받혀주지 않아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고 손, 발이 차가워지며 텐션이 떨어졌다. 내일은 담배를 안 사려고 한다. 이렇게 상태가 확 나빠지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이게 정말 백해무익하다는 생각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 그런가보지. 그래서 최대한 담배 생각이 나도 불매의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나의 의지는 갈대와 같아서 오래 가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다짐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하기에, 다짐은 무료기에...

드로잉을 오랜만에 하였다. 일러스트 외주 작업을 한 뒤로 그림체가 확 바뀌었다. 일반 대중이 쉽게 받아 드릴만한 그림 소재의 레퍼런스로 미국 카툰을 삼았다. 그 쪽이 취향이기도 하고, 외주의 컨셉도 그런 방향이었던 것 같다. 그런 그림체가 손에 익으니 이젠 뭘 그리기만 해도 캐릭터 베이스가 되었다. 예전에 갖고 있었던 날 것의 느낌은 많이 퇴색되고 기시감 가득한 이미지가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사기엔 더 유리한 방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은 아쉬움은 있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그림이 별거인가. 열 개 정도 그렸다. 속도도 잘 안 나오고 퀄리티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음. 손을 때지 않은 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회화과를 나오고 아크릴이나 유화 같은 재료를 써왔지만 어째서인지 대학원을 간 이후론 디지털 그림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이유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튼 그렇다, 지금은.

이제 자야겠다. 졸리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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