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0.

by 와이와이

2021.12.10.


어제 틴더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가 시간문제로 끊었다. 내 글을 꾸준히 읽을 사람은 굳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랄까, 글에 책임감을 지고자 하는 작은 마음으로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자 하다 만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오해의 소지라는 것이 별건 아니다. 내 글을 읽은 누군가 갑자기 연락 없이 사라진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내 생각엔 나쁘지 않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매너가 좋은 건 아닐까.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타인에게 구구절절 얘기하면서 끝내는 게 더 웃기지 않을까. 자신도 잘 모르겠으니까 라포르 형성 진행을 멈춘 거지. 이해한다. 그 심정. 그 사람이 가고 다른 사람이 매칭 되었다. 나도 똑같은 짓을 했다. 이해 가더라고. 애매한 지점.

관계란 참 복잡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맥락 상 맞는 속담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맞게 느껴진다. 웹에서 만난 타인은 신뢰와 거리가 먼 존재다. 그만 하는 것이 맞겠다, ‘더 가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서로 좋겠다’는 생각에 하는 무소식이니까, 결과적으론 좋지 뭐. 마음 한 편으론 씁쓸하지만. 쇼미더머니10에서 베이식의 노래가 귀에 꽂힌다. 요즘엔 힙합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나는 확실히 옛날 힙합이 더 친숙하다. 베이식을 좋아하는 건 그 당시에도 그 사람의 노래를 들었기 때문일 거다. 아무튼 이번 베이식의 노래 중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라는 구절이 나온다. 좋은 노래다. 하지만 나에겐 만남도 어렵고 이별도 어렵다. 언제 연애할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솔로인 상태로 사는 게 좋을 지도.

같이 교육 받는 선생님께 전자담배를 선물 받았다. 예전에 쓰시던 물건인데, 입을 대는 카트리지를 새 것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전자담배는 처음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걸? 오히려 너무 편해서 문제다. 냄새 없고 꽁초도 나오지 않는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라이터를 챙기거나 가열할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냥 흡입하면 바로 피우기 가능. 이런 최적화된 편리가 무섭기도 하다. 방에서도 피우는 지경에 왔으니까. 어제 이 시간에는 담배 피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전담 피우는 사람이 되어버렸네.

뭔가 요즘 느끼는 맞는 말은,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거 두 개. 살아오면서 와 닿는 말로 머리에 새겨진 것들이다. 이거 나중에 아무도 못 보는 곳에 타투로 새겨야지. 우선 첫 번째, 사람 판단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은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주지하게 되었다. 함께 교육 받는 동기 선생님들의 첫인상을 보고 생각한 것과 함께 2주를 보내면서 느낀 것은 너무 다른 모양새였다. ‘이 사람은 이런 인상에 이런 일들을 해왔으니까 딱 이런 사람이겠네.’가 ‘이 사람 내 예상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로 바뀌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아이 성향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도, 사람 안에 내재된 요소가 참 다양해서 단번에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확실하게 배우기도 했다.

두 번째,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살아갈수록 맞는 말이라고 증명되는 것이다. 20대 초중반 때, 나는 상당히 오만한 사람이었다. 예고 출신이어서 다른 동문들 보다 잘 그리는 편이었고, 굉장한 열정을 갖고 있었기에 장학금도 무리 없이 받았다. 과 1등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때에서 지금으로 기억의 필름을 빨리 감기를 해본다. 그 당시 내심 무시했던 친구 중 작가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정신적으로 두들겨 맞은 상태로 아무것도 못 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선 현실에 순응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래서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고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나를 지금의 내가 책임져줄 수 없기에. 그냥 묵묵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방향이 내 기질엔 더 맞는 듯하다.

편리한 담배는 왠지 나와 오래 함께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의 절제력을 재물로 받혀 무언 갈 버린 기분.

요즘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실물로 존재하는 그림. 물건으로서의 그림. 물리적 물체로서의 그림. 디지털 말고. 손으로 그리는, 손에 잡히는 재료로 그려진. 무언가. 마음에 미련만 쌓이는 기분이다. 어딘가 호텔 안에 짐을 놓아두고 나와 밖을 다니는데, 언젠가 다시 방에 들어가 짐을 빼와야 할 것 같은 기분.

나는 생각보다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시간이 끝났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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