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0.

by 와이와이

2021.12.20.


졸리다. 12시가 넘었네. 아침에 치과 진료를 본 것 빼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나갔다 와서 씻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네. 하루 종일 발표 준비를 했다. 생각보다 훨씬 조금밖에 못했다. 더 하기도 애매한 게, 내일부터는 인수인계하러 앞으로 다닐 원에 출근해야 한다. 일기를 다 쓰면 바로 자야하는 거지. 너무 졸리다. 요 며칠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6시간 안팎으로 잔 것 같다. 커피의 양이 늘었다. 하지만 효과는 점점 작아진다. 피피티 준비할 것은 따로 자료 준비하는 게 아니다. 파악된 몇 가지 성향과 아이의 나이, 관심사를 조합하여 수업을 짜는 거다. 이론은 어느 정도 머리에 익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계산 착오였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일이었으니,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게 예상치 않게 막연한 것이었다. 거의 시간을 태우는 수준으로 집중을 못했다. 감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는 상황은 오히려 의지를 꺾어버린다. 아무튼 책상 앞엔 주구장창 앉아있긴 하였다. 외출용 내복을 입은 상태로.

오목을 몇 판, 틴더 구경, 인스타 구경을 간헐적으로 하였다. 그 전엔 부업 일도 끝냈다. 막연한 상태였어도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양심의 움직임에 따라 내 손도 움직였다. 뼈대를 만드는 게 어려운 거였지, ppt로 옮기는 작업은 그나마 속도가 붙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속도는 아니고. 그렇게 늦은 저녁, ppt 하나가 완성되었다. ppt는 총 세 파일이 나와야 한다. 나머지 두 파일은 그래도 비교적 빨리 끝낼 수 있긴 하다. 왜냐면 이전에 만든 것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오면 되기 때문. 각각의 파일에서 중복이 안 되는 내용만 정리하면 되기에 비교적 시간은 덜 걸리겠지. 하지만 아마 내일이어도 완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요일엔 무조건 완성 나올 듯. 그러면 나에겐 두 가지 미션이 기다리는 것이다. 1, 발표 스피치 준비. 2, 필기시험 준비. 둘 다 계속 눈에 익도록 봐야 하는 것들이다. 시간만 조금 남겨서 타임워치로 반복 돌리면 된다. 물론 ppt가 끝난 이후에. 그래서 ppt를 가급적 내일 안엔 모두 끝내는 것이 좋다. 내일도 8시 전엔 일어나야함. 졸려 죽겠는데 빨리 씻고 자고 싶다. 내일 계획표도 적어야 하는데 인스타그램 키우는 건 못할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

오늘도 전형적으로 핸드폰 많이 하고 밤에 시간 부족해 조급해 하는 흐름이다. 진짜 나 새끼 종특인가. 마음이 조급하니 글도 거칠게 나온다. 아마 내 구어체에 가까운 것 같은데. 글을 쓰다보니 알게 되었다. 글이 이렇게도 나올 수 있구나. 살짝 나사가 풀린, 졸린 상태에서 마음 한 편에 발등에 불 떨어진 기분이 되니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급한데, 검열이 잘 안 되는, 그래서 날 것이 툭 툭 튀어나오는 모양새. 뭐, 회화적인 듯. 나쁘지 않은 듯.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쓰기엔 재미있는 듯. 며칠 뒷면 나는 학원 강사가 된다. 원 내에서는 교사라고 하지만 교사라고 하면 정말 학교 선생님들을 지칭하는 말처럼 느껴져 자칭하기엔 부끄럽다. 아무튼 가장 묻고 싶은 건,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고, 오늘 쓴 수업 계획서보다 막연하다. 뭐. 그런데 어쩌겠나. 갖다 박을 수밖에. 도망갈 수 도 없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졸리다. 아까 미리 씻을걸.

후회하는 밤, 재미있는 밤, 나태했지만 나쁘지 않게 착실했던 하루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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