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
미용실 가는 길이다. 지금은 버스 안. 어제 놀았던 게 그렇게 힘든걸까. 적잖은 시간 잤는데도 피곤하다. 여섯 시간 반 정도 잔 것 같은데. 어제도 누워서 삼십분 정도 핸드폰 보다 잠들었다. 멍청한 짓인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게 참 멍청하다. 요즘 장소나 날짜를 헷갈려서 헛걸음하는 횟수가 늘었다. 가령 어제의 경우 뚝섬역이 약속 장소였음에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성수역에 가서 기다린다던지, 오늘 아침 1월에 맞을 백신 부스터 샷의 예약을 헷갈려 무려 한 달이나 일찍 가버린다던지의 방식으로. 이런 쓰잘때기 없는 실수로 버려지는 시간과 비용이 한없이 아깝다. 이 것 때문에 다른 것들을 더 제대로 할 수 없어지는 게 아깝다. 진짜 정신을 안 차리고 살아서 이렇다. 나는 큰 관심 범위에 들지 못하는 것들을 확인하지 않는 버릇이 있고 이게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잦다. 아마 체력이 약해서 집중력이 길지 못한 점, 익숙한 것만 하려고 하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더 신경 쓰고 꾸준히 운동, 꼼꼼하게 체크하는 습관을 드리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오늘은 할 일들이 많다. 외출하고 들어와 부업, 공부, 운동 등을 해야 한다. 우선순위 정하기, 선택과 집중에 신경써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리하고 집에 가는 길. 본디 나의 머리털은 빼곡하게 자란 반 곱슬 돼지털. 조금만 자라도 사이사이로 숨이 차 붕 뜨는 머리. 저번 여름엔 짧은 아이비리그컷을 하고 다녔다. 매일 왁스를 바르고. 나는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하지만 1년 내리 아이비리그컷에 왁스 바르고 다니긴 싫다. 왁스가 머릿결에 왠지 안 좋을 것 같고 또 손이 많이 가서. 내 오랜 로망은 차분하게 자란 긴 머리를 해보는 거였다. 오늘 미용실은 머리를 자르러 간 게 아니라 숨을 죽이라 간 거다. 전체적으로 다운펌을 했다. 평소엔 옆 머리 위주로 해서 막 다운펌하면 옆 머리만 눌린 모양이 우수꽝스러웠다. 머리 전체를 누른 모양새는 봐줄만 하다. 차분하다. 내 인생에 이렇게 머리가 차분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평소와 달리 머리에 힘이 없어서 신기하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이제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다.
- [ ] 미용실 선생님은 19년도에 만났다. 숱이 많고 억센 머리카락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비싼 돈을 주고 잘라도 마음에 차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미용실 떠돌이 생활을 오래했다. 나는 머리에 예민한 편이라 무식하게 비싸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먹는 게 잘 자르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 쉬웠다. 선생님은 우연히 들어간 미용실에서 처음 만났다. 어느 미용실에 가야할 지 고민하던 중 엄마가 가던 미용실이나 가봐야지 하고 간 거다. 특별히 한 선생님을 특정하고 간 건 아녔다. 선생님은 나의 머리를 잘 다루는 몇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게 연이 되어 계속 이 분만 따라다닌다. 중간에 미용실이 바뀌어 잠깐 떠돌이 생활을 했다가 돌아갔다. 별 사소한 이야기를 길게 해버렸네. 아무튼 선생님 덕분에 어느 미용실을 가야할 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사라졌다. 머리가 마음에 드는 건 덤으로.
밤이 되니 예민해진다. 왜 이럴까. 초조함과 짜증남이 동시에 타오른다. 왜 이러지. 잘 모르겠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주문한 핸드폰이 도착했다. 혼자서 유심을 갈아 끼우며 개통을 했다. 이젠 핸드폰을 바꾸는 데에도 굳이 대리점에 갈 필요가 없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핸드폰을 바꾸었지만 같은 아이폰끼리 마이그레이션이 알아서 잘 되어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익숙한 느낌을 여전히 받는다. 하드웨어만 조금 많이 좋아졌을 뿐. 아마 피곤해서 예민해진 것 같다. 뭐 더 파고 들면 할 얘기야 많겠지만. 내심 새 폰에서는 전 여자 친구의 사진 없이, 새로이 사진첩을 채울 생각이었는데, 실패. 보일 때마다 수시로 지울 수밖에. 어차피 구글 포토에 다 저장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음 다시 볼 수 있지만. 추억이기도 해서 굳이 거기에 올라간 것들은 지우고 싶지 않다. 슬슬 일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온다. ‘어차피 하게 될 것, 어떻게든 되겠지.’ 싶지만 이 불안감은 왤까. 이 감정 때문에 예민해지는 건가. 내일은 마음 정리, 방 정리를 찬찬히 해봐야겠다. 글도 진득하니 앉아서 쓰고. 부지런하게만 살자. 힘내자. 내일은 마지막이기도한 평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