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9.

by 와이와이

2021.12.29.


약속에 가는 길이다. 2호선 전철 안. 당연히 글은 휴대폰으로 쓴다. 새 폰을 주문해서 내일 올 예정이다. 어제 밤 액정 보호 필름을 땠다. 3년 넘게 쓰는 동안 한 번도 강화유리를 삭제하고 사용한 적이 없었다. 마지막 하루는 나와 폰 사이 무엇 없이 오롯이 함께 하는 날이고 싶었다. 폰과 정은 딱히 없고 생각나는 거라곤 전 여자 친구와 사귀는 내내 썼다는 점. 지금 와선 일종의 사랑니를 때어낸 기분이다. 빨리 새로운 폰을 들고 싶다. 전 여자 친구와 관련된 얘기는 그만 하고 싶지만, 평소의 물건이 추가되거나 바뀔 때, 그녀가 과거가 되감겨 눈으로 보이고 와닿는다. 어느 순간에는 섭섭하기도. 아득해진다. 고독해지고. 물속에 침잠하는 기분으로. 뭐 그렇다. 무엇이든 의식이 그녀로 향하게 만드는 건 가능해보이네. 이 것도 그만할 때가 되었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남은 글 시간은 저녁에.

친구는 한 정거장 전 역에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반대 방향에서 올 줄 알았더니, 뒷 열차를 타고 오는 거였다. 오늘은 전시장 네 곳을 돌고 스파이더맨을 볼 거다. 좋아하는 것들만 하는 하루다. 수요일이니 슬슬 일할 게 부담되지만. 요즘엔 전시 보는게 너무 좋다. 스파이더맨은 2000년대 초반 샘 레이미 감독 때 나온 영화부터 꾸준히 좋아했다. 그냥 그렇다고. 일 시작하면 평일에 전시보기는 어려워질 거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듯.

같은 번호의 출구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못 찾았다. 다음 역 앞에 서있던 것이다. 서둘러 올라가 전철에 올라탔다.

- [ ] 집에 가는 길. 6호선이다. 공덕역. 친구와는 숙대입구역에서 헤어졌다. 4호선에서 우리는 반대로 갔다. 4개의 전시 관람, 점심, 카페, 1편의 영화 <스파이더맨>, 코인노래방. (코인노래방에선 마이크에 마스크를 끼우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노래 불렀다.) 전시 구성은 매우 좋았다. 괜찮아 보이는 것들만 보려고 염두한 점, 기대 이상이었다는 점이 성공적 전시 관람의 이유였다. 정서적, 형식적으로 치밀하고 정성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영화관은 오랜만에 가는 거다. 스파이더맨은 평소 좋아했기에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보게 되었다. 스포일러는 하기 싫으니 감상평은 패스, 다만 뒷좌석의 커플이 너무 시끄러워 보는 내내 방해되었다. 설명충 남친과 유독 반응이 컸던 여자친구. 환상의 콤비. 보는 중간 중간 뒤돌아본 게 한두 번이 아녔다. 얼굴 붉히긴 싫었지만 바로 뒤에서 그러니 신경질이 났다.

- [ ] 오늘 본 전시들은 각 전시장 위치가 모두 멀었다. 관람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월등히 길었다. 11시부터 만나서 계속 이동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난 후론 피로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체력 걱정이 되었다. 다음 주부터 정상근무인데, '괜찮을까.', '아이들에게 휘둘리듯 수업이 흐르면 안 될 탠데 라는 걱정이 앞선다.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수업이 진행되면 안 된다. 우선 안전의 측면에서. 아이들이 무슨 행동을 할 지 함부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 다음으론 작품 진행의 측면. 몰입 유지가 잘 안 될 경우 아이는 즐겁지 않은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브리핑 할 작품과 작업 내용이 없어진다. 첫 주는 애써 괜찮을 수 있겠지만, 이후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첫 주부터 가능한 수업을 잘 진행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름 외우기, 무슨 작업 했는지, 얼마나 했는지, 재료는 무얼 썼는지, 다음에는 뭐 하고 싶은지, 무얼 좋아하는지 알아야한다. 수업 중 사진 찍기도 잊으면 안 된다. 작업하는 모습 사진 3장, 마지막 작품 사진 1장. 기억력이 허락한다면 어머니의 얼굴과 표정도 익혀두어야 한다. 아이의 안전은 기본으로. 신경 쓸 게 많다. 퇴원률을 줄이는 게 우선의 목표다. 단정한 옷입기, 차분한 머리, 미소, 교실 내에서의 명확한 규칙 인지, 업무 처리의 자동화, 메모. 이게 가장 필요한 거다. 또, 재료 위치와 재고상황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 [ ] 핸드폰 구매, 친한 사람들과 시간보내기, 혼자만의 여가를 위해 생각보다 많은 돈이 지출되었다. 카드빚도 많이 생겼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속될 경우 남는 게 없을 거다. 오히려 일을 시작하면 돈 쓸 시간이 적어질까. 돈 소비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개선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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