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상태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

2022.1.14.

by 와이와이

2022.1.14.


오늘, 끝. 아, 아 이건 마치 지난 주 토요일 퇴근 후의 느낌과 닮아있다. 매우 피곤한 상태. 어쩔 줄 모르겠고 그냥 멍 한 상태로 가만히 앉아서 전자 담배 주둥이만 빠는 지금. 유튜브에서 부자 타이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전자 담배를 피웠다. 뭔가 행복하면서도 이상한 박탈감이 느껴지는 건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일까, 혹은 그냥 너무 피곤해서일까.


수업은 익숙해 질만 하면 멀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난관에 매일 봉착하는 기분이다. 힘이 들 때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면 교실 안에 있는 나를 멀리서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까이에선 오히려 먼 걸음을 한달음에 갈 수 없을 것만 같다. 천천히, 멀리서 작은 소리의 리듬을 갖추어야한다는 생각이 태도가 된다. 그냥, 그래야지 할 수 있겠더라고. 지구력이 중요해, 지구력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이 있음에 항상 감사한다. 정말이지, 체력이 소진되고 멍해진 상태가 되더라도 일 없이 허공에 떠있는 상태로 있기 보다는 훨씬 행복하다. 없어봐서 일까, 조금은 혹사처럼 느껴지는 이 일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다. 정말로.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고, 잘 하려고 연구하는 것 같고.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지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걸어가야 한다.


힘든 일일지라도 무조건 나를 괴롭히는 것만은 절대 아니다. 타인과의 접촉이 피곤한 면면이 있지만, 거기서 오는 쾌가 있다고 본다. 쾌일 뿐일까,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한 번 보는 사이가 아니라 몇 달 단위로는 지속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니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만나면 반가운 사이가 이렇게 많다니,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일지도. 아이 한 명당 한 명 이상의 보호자들을 보는 거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원 선생님들을 포함해서 한 달에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을 무조건 만나는 것이다. 그것도 선생이라는 포지션에서!


설레는 일이 아닌가, 이 정도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무언가 오고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깊숙이 탐색되지 않은 지점에 스폿 라이트가 비춰지는 것만 같다. 말로는 정확히 형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고갈되는 느낌은 아니어 보인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건 무가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IMG_2428 2.PNG 빛나는 바이 / 21년 5월 초에 그림.




지금의 글은 무리하면서 쓰는 글이다. 눈꺼풀이 무거운 지도 오래되었고, 몸을 뉘기만 하면 죽은 듯 잠들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롯이 혼자서만 있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가능한 30분씩은 글쓰기에 할애하고 싶었다. 11월 말부터 시작했는데 여태 지속이 되는 걸 보면, 작심삼일도 가지 않던 나에게는 선물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엔, 상당히 마음이 안 좋은 상태였다. 무겁고 우울하고 두렵고 불안한 풍경이었다. 지금은 그에 비해 훨씬 평온하다. 가벼운, 혹은 너무 무거운 게 아닌 무게에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공기이고 싶다. 그런 평지이고 싶다. 들풀이 우거졌으면 좋겠다. 들풀은 바람에 힘없이 휘날리지만 그 뿌리만큼은 단단했으면 좋겠다.

일기 쓰기가 마음의 매트리스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충장치가 없다면 우울의 끝, 마음의 나락에 빠져버리기 쉬울 텐데, 매일 나를 돌아보는 동작을 반복하며 자존의 추락에 제동을 걸고 싶다. 두 달이 조금 넘게 걸어온 지금은 여태의 과정이 긍정적여 보인다. 마음이 놓인다. 외롭지만 마냥 외롭지 않다. 예전 전시를 준비하며 많이 생각했던 노래의 한 구절이 있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가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노래의 제목은 가시나무였다.


말 그대로, 내가 의식하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 상황에 따라 전환되는 다른 모습의 나가 존재하는 거다. 그럴 거라고 믿는다. 내가 나로서 온전한 상태로 균형을 유지하려면, 나의 단체가 손발을 잘 맞춰야하지 않을까? 합을 맞추려면 그럴 시간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와 역할로써 나의 일기는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두려워서 무언가 소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옆에 기댈 타인이 있으면 좋겠다. 여태 자신과 자신의 내부에 대해 이야기하던 글에서 타인이 나온 게 웃기기도 하지만, 그냥 그런 느낌을 바란다. 징징대지 않는 상태로 그냥 그 사람의 온기만으로 위로 받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밤이 되니까 글이 꽤 감성적이다.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또 이런 맛에 밤 글쓰기 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무튼,



ㅏㄴ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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