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3.
2022.1.13.
11시 13분인데, 오늘은 1시 13일. 공교롭게도. 무슨 추리소설이라면 한 번쯤은 써봄직한 숫자다. 세상에는 공교롭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갑자기 ‘공교롭게.’라는 말에 꽂히는 이유는 뭘까. 어제 틴더에서 매칭 된 사람이 친구의 제자였다. 그래봤자 네 살 차이인가. 대학교 간 후 졸업하고 거의 바로 학원 강사 일을 시작한 친구였다. 이럴 때 공교롭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건가?
뜻밖의 사실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꽤 기이하다. 공교하다.
"모처럼 찾아갔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외출 중이었다"
공교하다라... 언젠가 전시하게 된다면 써보고 싶은 말이다.
우연이나 운 혹은 불운 같이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의해 결이 닿아 벌어진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비효과랑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작은 날개 짓이 커져 어디선가 태풍이 되어 휘몰아치는 풍경.
좋아하는 회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동경하던 학교 대학원 출신이고, 내가 그리고자 한 바를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와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한 나는 그 사람한태 당신의 대학원이 부럽다 하는 이야기를 숱하게 했던 것 같다.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지향하는 장면을 유화로 옮겨내지 못했다. 남이 그걸 이루어낸 모습만을 지켜보았다. 그게 참 아쉽다.
물질에 대한 지긋지긋함 때문에 회화를 관두었는데, 관둘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 지점이 가끔씩 나를 찌른다. 푹푹.
어제는 모든 수업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지쳐 몸 져 누웠다. 어제 쓴 일기만 봐도 상태가 훤히 드러난다. 오늘은 수업에 힘을 뺐다. 조금 더 수업의 주도권을 내가 쥐었다고 해야 하나. 주도권을 선생이 쥐면 학생은 수동적이 될 수 있다고, 말이 그렇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선생이 중심을 강하게 잡으면 아이들은 그것의 둘레를 마음 편히 도는 것 같다. 중심을 잡을 때에는 조율능력과 아이를 설득하고 더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인제 막 1주일을 지나 2주차를 보내고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감이 생기는 느낌이다. 물론 가장 빡센 날은 내일이지만. 내일의 수업이 두렵고 설렌다. 일찍 출근해서 수업준비를 착실하게 해야지.
학원 일은 할 게 참 많다, 사교육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여러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상담하고 브리핑, 연구작 같이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수업도 허덕이는 나에게는 큰 산들이 아닐 수 없다. 쉬는 날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싫지 않다. 빨리 잘 적응하고 싶다, 좋은 선생이 되고 싶다,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다, 떳떳하게 1인분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청약도 들고 저축도 하며 투자도 하는 청년이 되고 싶다. 더불어 연애도. 또 매년 15권 이상은 책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년에는 그 정도는 읽은 것 같다. 요즘엔 화장실 갈 때, 출퇴근 할 때 책을 본다. 시간 관리가 잘 된다면 내 방에서도 5분 이상은 조용히 보고 싶다. 운동을 하고 싶고 건강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나를 잘 돌봐서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하게 그림그리기에 나는 알맞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 그리고 싶네.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그림 그릴 시간을 잘 내지 못할뿐더러 작업을 위한 마음의 공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림에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아니면 오히려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건가.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점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화면은 솔직하다. 힘이 들어가 경직되는 게 낱낱이 보인다. 투명하다.
재미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어딘가의 검색 창에 쳐본 적이 있다. 진지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더라. 진지한 태도를 바탕으로 드러나는 인간미라고 해야 하나. 나에게는 무언가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는 자세로 읽혔다.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 지금의 상태로부터 도약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이게 또 열심인 상태로 오래 지속되려면 체력이 또 중요하다. 결국 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오는구나.
주말에는 자전거를 달리고 싶다. 자주 타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싶다.
오늘은
하고 싶은, 되고 싶은 게 참 많은 하루다, 밤이다.
12시다. 이제 씻고 자려고. 무론 누워서 핸드폰할 게 뻔하지만 최대한 자제해 봐야지. 틴더로 채팅이라도 치면 큰 일이긴 하겠다. 아무튼, 오늘은 수고 나에게 수고했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 안녕! 수고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