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일기.

2022.1.16. - 17.

by 와이와이

2022.1.16. - 17.


조용한 하루다. 집은 오늘 거의 하루 종일 조용할 거다. 엄마는 외출했고 동생은 자고 있다. 고요한 집. 새벽 시간을 좋아하는 만큼 밝은 날 낮에 집이 조용한 것도 좋다. 쉬는 날이어서 부지런히 이불을 켜고 청소기를 돌렸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라면을 먹고 시리얼도 먹었다.


몸이 피곤할 때에는 먹어서 회복하는 경우도 참 많은 것 같다. 평소보다 식욕이 돋고 양도 커진다. 그렇게 크게 먹으면 처음엔 꽤 배부른 상태가 되지만 점차 소화되며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몸이 원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 지난주보단 일이 적응되었는지 덜 피로하다. 오늘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흙을 만지고 싶다. 예전부터 그런 로망이 있었다. 평면에 그리기 말고 입체로 표현해내기. 원하는 도상이나 이미 만든 도상을 3D로 옮겨오기. 조각도, 부조도 모두 오케이. 그냥 일단 실제로 존재하는 입체물이면 뭐든. 지점토를 사 놓아야겠다. 한 봉지 사 놓은 게 있긴 하다. 아니 일단 그걸로 먼저 무언가 해볼까. 가능도 하겠지.


올해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는 3D 프로그램이다. 모델링 프로그램일까. 작년에 게임 모델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많이 들어 하지는 않았지만. 3D 프로그램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도 먼저 문단과 상통하다. 그냥 몇 가지의 하고 싶은 일 중 하나. 그 중 하나를 실행하면 기분이 좋을 듯.


고요한 게 좋지만 누군가 연락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심심하다. 할 일이 많지만 연락은 항상 기다린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아쉽다.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쓰는 용도인 것 같다. 어찌할 수 없는 건가보다. 늦잠을 자고 밥도 많이 먹었는데 아직도 잠이 온다.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이 대낮 시간에 일기를 쓰고 자빠져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간혹 내가 알량한 멍청이로 보일 때가 많다. 자존감이 낮은 게 이유일까. 지금 문단까지만 적고 이제 다른 활동을 해야지. 방 안에서 타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멀리서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혐오스럽기도 하다. 마음 같아선 영화나 한 편 더 보고 싶다.


17일이 되었다.


새벽 네 시 반에 자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끝내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계획대로 자전거를 탔는데, 추운 날씨에서 오랜만의 바이킹이 예상지 못하게 힘들었던 탓에 체력이 빠진 점, 틴더에서 만난 사람과의 채팅이 카톡으로 이어지면서 거기에 정신이 팔렸던 점, 전 여자 친구와 전화통화를 한 점이 있겠다.


줄여 얘기하면 정신 놓고 노닥거렸다는 의미. 그렇게 쓰레기 같은 시간 사용으로 오늘의 컨디션도 조졌다. 11시에 치과 예약이 있음에도 불구, 10시 40분까지 쳐 자는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영부영 씻고 신경치료를 받으러 갔다. 오늘은 철심을 박을 자리를 본 뜨는 날이었다. 정확히 무슨 작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빨을 엄청 갈아냈다. 그 과정에서 잇몸에서도 피가 철철 나는 듯 했다. 그 때문에 시간이 꽤 지체되었기 때문. 그 이빨 부분에 스케일링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은 느낌이다.


갈아낸 이빨을 본뜨고 그 위에 임시방편으로 레진을 덮었다. 피가 많이 나서 접착제가 잘 안 붙는 단다. 게다가 접착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모로 불편하다. 웃으면 이빨이 보이는데, 레진이 붙은 모양이 꽤 징그럽다. 틴더 매칭녀와 아마 일요일에 만날 것 같은데 이게 뭐람.


생각해보니 전에 다른 틴더녀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 때에는 사랑니 발치 때문에 얼굴이 너무 많이 부어서 보지 못했다. 이게 정말 뭐람. 관계가 틀어지라는 무슨 신의 계시인가. 아, 아무튼, 치과에 다녀온 뒤로 엄마, 동생과 차를 타고 강아지 미용을 맡겼다. 강아지를 기다리는 시간에 우리는 장어 정식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셋이서 다닌 적은 별로 없다. 셋 다 일하기 때문에, 나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와 동생의 관계가 그다지 가깝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어색함 때문에. 강아지는 좋은 이유가 되 주었다. 동생과 적지만 대화를 했고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다. 나, 걔 모두 사춘기가 끝나서 서로 싸울 일도 없다. 조심스럽게 협동적인 사이랄까.


오후부터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일을 했다. 상담 시뮬레이션 준비와 아이들 글 브리핑 하는 데 몇 시간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진짜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게다가 이번엔 처음이라 일의 체계를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나만의 루틴이 생긴다면 분명 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의 기록만 충실히 해도 줄일 수 있는 시간이다. 특징을 간략히 적고 글로 길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수업시간에 이야깃거리로 사용할 일들을 만드는 게 또 중요하다. 그리고 그걸 찾아내는 일도. 결국 관찰과 기억, 요약과 풀이 능력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졸리다. 이번 주에는 계속 일찍 출근해야 할 것 같다.


일요일에 데이트를 할 것 같다. 그녀가 금요일에 스마일 라식을 받는다니, 컨디션에 따라 어떨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업무와 데이트가 서로 지장 받지 않으려면 평일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수면 시간을 보장하되 허투루 쓰는 시간이 없어야 하겠지. 몇 몇 나의 평일 루틴이 망가질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이 것도 나의 업무 체계가 없는 까닭이니까.


아무튼, 이런 저런 변명들로 어제의 일기는 오늘의 일기가 되었다. 이틀짜리 일기는 처음인데, 참. 어떻게든 그래도 글을 끝낸 게 용하다. 곧 두시인데 지금은 꼭 자야만 한다. 응, .


ㅋㅋ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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