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
2022.1.20.
와. 오늘이 제일 빡센 날이었던 것 같다. 낌새가 이상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역시나 빌런이었다. 수업 중, 속으로 그 녀석을 욕한 횟수가 셀 수 없이 많다. 이 미술학원은 본인의 작업, 본인이 직접 시도하고 도전 및 극복하여 성공의 경험을 만드는 게 요점인 곳인데, 선생인 나에게 터무니없이 무리한 부탁을 계속 하는 게 그 인간의 특징이다.
우선, 이 곳은 글루건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내 학생들의 규칙 인지가 우선순위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 안 그러면 다치기 십상이니까. 아이가 다치면 타격을 입는 건 선생이다. 그렇기에 안전에 만전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은 겁이 많아서인지, 혹은 호기심이 많고 수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여서 그런지, 아무튼 설명이 잘 된다.
말을 안 해도 잘 실행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데 우리 13살 먹은 큰 형님께서는 그딴 것 없다. 이번 달 신입으로 들어온 아이인데, 같은 주에 신입으로 들어온 7살 아이보다 규칙 인지가 안 되어 있다. 게다가 단지 작은 미술학원이 무슨 만물상인 것 마냥 생각하는 듯, 말도 안 되는 재료와 도구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거절하거나 불응하면 실망하는 액션을 취하는 건 덤인지, 필수 행동 강령인지. 욕이 목젖 뒤에서 눈치를 본다. 아. 진짜 화가 난다. 아크릴을 잘라서 칼을 만들겠다는 둥, 나무 조각을 여러 개 잘라달라는 둥, 직접 해보지 않아서 쉬울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현실 가능성이 낮은 일들을 본인은 하지 않고 선생에게 맡긴 후, 원하는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실망하고 선생의 능력을 깔보는 것 같은 그 놈에게 나는 분노하였다.
바보 같은 게, 별 것 아닌 가면 하나 만드는 데도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계획을 수정하기 일쑤인 놈이 재료나 도구 타령은 제일 많이 한다. 나랑 만난 게 잘못 된 것일 지도 모르지. 우리는 궁합이 너무 맞지 않다. 내가 이 친구와 계속 만나려면 정말이지, 지속적으로 이 놈을 위한 나의 방법론을 고안해야 할 정도.
화가 난다. 진짜, 능력도 안 되는 놈이 주제파악 못하고 설쳐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가 뭔데 선생한태 이래라 저래라야. 다음 주부터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겠다. 뭐든 걔가 직접 하게, 더 혼자 두어야겠다. 걔 때문에 다른 친구들을 봐주지 못한 건 덤. 수업이 정말 찌그러지고 망가졌다. 걔 하나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 본 게 짜증난다.
더 화가 나는 부분은 말을 할 때 눈을 잘 못 마주친다는 점이다. 동공이 계속 움직이다. 아무리 내 눈을 보라고 얘기해도, 시선은 허공 이쪽저쪽을 오간다. 그냥, 지금 성장 중 사춘기가 오기 전의 모양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아동기의 수용적인 상태에서 본인의 자아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인 듯 보인다.
자기 세계가 더 확고해지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만큼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눈치다. 심성은 착한 듯하지만, 본인의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깔려있다. 그 시각 때문에 주제파악도 못하고 선생의 능력을 의심하는, 부모님의 돈을 똥구멍으로 써버리는 쓸데없는 짓거리나 하고 앉아 있는 거겠지.
우리 학원은 프리미엄 느낌의, 아이의 자립을 우선으로 하는 학원이다. 그렇기에 원 비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아이들을 보면 모든 아이들이 그 돈이 아깝지 않게 이용하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만들기 하느라 다른 소리가 안 들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비용은 같지만, 그게 모두 똑같은 효용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그 놈을 다음 주 수요일까지 안 봐도 되는 것보다, 다음 주에도 만나야 한다는 게 참 싫다. 어떡하지. 진짜 미쳐버리겠다. 어떻게든 주도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지. 기 싸움에서 이기거나, 작업의 모든 과정을 공개시키고 따지는 식의 수업 방법. 어느 정도 머리가 컸기 때문에 설명하면 이해도 빠른 아이다.
하지만 자기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에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나오는 결과물에 실망하고, 그 탓을 외부로 돌리는 레파토리를 진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쩔 수 없다. 지 주체 파악을 시키는 것이 답이다. 혹은 적어도 다른 사람 탓은 하지 않도록 한다. 기본 재료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면서 무슨 특수재료 타령인거야 진짜.
욕 한 바가지 얹어주고 싶다. 아...
나의 소중한 일기 시간이 그 놈에 대한 분노를 삭히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그런 사람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람. 속상하네, 속상해. 어휴.
집에 돌아와서 업무를 마저 보니 자정이 금새 넘었다. 얼른 자야지. 피곤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요즘이다. 빨리 바쁜 호흡의 끝이 보이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