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명절이라 고맙다, 설날

by 와이와이


IE001802239_STD.jpg 출처: 구글, 오마이뉴스.


2022.2.1.


설날이네. 나는 어디 따로 가지 않아서, 그냥 휴일의 일종으로 여겨질 뿐이다. 휴가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걸까. 오늘도 어제처럼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어젠 영화 시청 시간이 길었던 만큼, 행동반경이 넓지 않았어도 exciting 한 기분이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어제처럼 영화 보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을 형편이 안 되었다. 실내 자전거를 50키로 정도 타고, 쭉 책만 보았다. 몇 가지 책들을 왔다 갔다 했다. 그 중 두 가지 책을 중점적으로 읽었고, 하나는 업무와 관련되어 보이는 책이었다. 아동을 어떻게 이해할지, 바라볼지에 대한 책이었는데, 중간 넘게 읽으니 어느 순간부턴 양육자를 타깃으로 하는 내용만 나올 따름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내용들만 찾아 읽게 되었다. 내일까지 더 봐야겠지만, 얼추 필요한 이야기는 다 본 것 같다. 중요한 교훈이라면, 아이들에게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고, 규칙을 냉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해주어야하는 점,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다. 책을 보기 전 보다는 보고 난 후가 나은 것 같은데, 아직 솔직히 읽은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상태라 실전에서 잘 적용해볼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나름대로 무언가는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정말 단조로운 생활만 했네. 설 핑계로 오랜만에 며칠 동안 집에만 머무르게 되었는데, 이것도 조금은 질린다. 일하는 시간이 대단히 행복하거나 기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서만 있는 것도 좋진 않다. 그런데 또 친구나 그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는 빈도가 많아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정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오늘은 그런 외로움이라거나 심심함을 책을 보면서 적절하게 해소한 기분이다.


하루 종일 책을 보았다. 연초라 그런가, 요즘엔 책 읽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읽는 책의 종류도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아졌다. 확실히 작업을 관둬서 그런가. 그리고 전혀 다른 (카테고리가 미술로 같다 할지라도 작가의 길과 아동미술의 길은 전혀 다르다.) 업종에서, 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어서 그런가,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야로 조금씩 시선을 돌려야겠다는 무의식중의 생각이 반영되어 그런 건가, 아무튼 여러 이유가 있겠지 거기엔.


내일까지 휴무일인데, 내일은 원에 나가려고 한다. 작업실 정리, 청소를 하고 간단히 아이들 차트 형식을 만든 다음, 연구작을 만들려고 한다. 연구작을, 사실은 근무 중에 해내야 하는 게 가장 좋은 건데, 만들기는 잼병이라 해낼 자신이 없다. 내일 안 가면 돌아오는 주말에 나갈 게 분명해보여서 그냥 미리 해버리려고 한다. 그래도 당장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집중하여 작업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휴무일에 일터에 가는 게 기분이 썩 좋진 않은데, 왠지 항상 그런 생각 때문에 쉴 수 있을 때마다 다 쉬어버리면, 길게 보았을 때 오히려 좋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앞선 문장은 내일의 나에게 하는 어떤,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분명한건, 일에 관해선 어느 정도의 중압감을 계속 받는다는 거다. 특히, 연휴가 끝나갈수록.


수업을 하면 할수록 나의 바닥이 보이는 게 싫다. 작업에 관한 한, 순수미술 할 때, 나름 프라이드가 있었고, 안목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는데, 또 예고 입시나 대입 아르바이트 할 때에도 나의 능력을 의심치 않았는데, 막상 아동미술에 와보니 여긴 전혀 다른 분야다. 나의 전문성을 써먹을 곳이라고 해봤자, 부모님한태 수업을 변명하는 브리핑을 하며 전문 용어를 섞어 쓰는 정도랄까. 한 권의 책을 보았지만,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더 보고, 영상을 찾아보고, 업무용 오답노트도 하나 만들어 놓아야 될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네, 오답노트는.


한 가지 주제를 마련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일기라서, 내용이 중구난방이다. 오늘 아침에 어제 본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았다. 꽤 잘 쓰인 글이었다. 블로그 주인이 영화에 얼마나 진심인지 잘 알 것 같았다. 리뷰를 다 보고나니, 영화가 왜 두 편으로 쪼개어졌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일어난 사건의 이유가 무언지, 조금 더 선명히 이해가 되었다. 모든 리뷰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리뷰는 생각을 더 깊이 할 여지를 늘려주는 것 같다.






여자 친구보단 솔직히 당장엔 섹스를 하는 게 끌린다. 서른이 되고 보니, 결혼이란 게 조금은 하고 싶지만, 돈을 벌고 모으고, 나의 능력치를 키우는 게 엄청 중요하게 다가온다. 취업을 늦게 하기도 하였고, 모아둔 돈도 별로 없어서, 오히려 연애를 하고자 하는 감정이 사치로 느껴진다. 이건 정말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고, 사실 가슴으론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무튼, 이런 이성과 감성의 타협점에서 그런 결론이 나온 거다. 성욕이라도 채우면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적인 관계를 갖고 싶지는 않다. 여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간혹 떠오르는 몇 몇 인간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친 내가 자랑스러운 게, 그냥 이건 병신들 틈에서 병신 되는 선택을 안 한 게 자랑스러워 할 일인가 싶어 기분이 썩 좋지도 않다. 아무튼, 이성의 카테고리를 다른 것들과 함께 세워놓고 우선순위를 세운 결과의 모양새가 20대 때랑은 확연히 다르단 걸 느낀다.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20대가 문득 그립고 부러워진다. 그래도 뭐, 지금은 지금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어깨는 무거울 지라도 막연함은 조금 가벼워졌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지금보단 나아지겠지, 돈이든, 능력이든, 시간이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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