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꽃, 아직 피지 않았을 뿐

두 번의 브런치 작가 신청을 지나, 세번째 작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며

by 느린꽃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처음 누르던 그 날,


나는 오래 망설이다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나… 작가가 되고 싶어.”


누구에게 내놓을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 글을 올리고, 작가 소개를 쓰고,


‘심사 신청’ 버튼을 눌렀다.


떨리는 마음을 품고 메일함을 들여다보던 다음 날,


한 줄 메일이 도착했다.


“심사 결과, 아쉽게도 이번에는 선정되지 않으셨습니다.”


간결한 문장이었다.


정중한 표현이었지만,


그날 밤 나는 괜히 조용해졌다.


두 번째 도전, 그럼에도 다시


그래도 마음이 멈추지는 않았다.


이번엔 조금 더 정성껏,


조금 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글을 썼다.


작가 소개도 천천히 다듬고, 시리즈 주제도 성의껏 준비했다.


“이번엔 괜찮겠지.”


그렇게 조심스레 두 번째 심사를 신청하고,


메일함을 또 한 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익숙한 문장.


“이번에도 아쉽게 되셨습니다.”


두 번째 낙방.


그 문장 끝에 쉼표도 마침표도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작은 마침표 하나가 툭, 떨어지는 듯했다.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다


‘두 번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을


괜히 부끄럽게 여겼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작가 신청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미 충분히 나를 다듬고 있었다는 걸.


내 이야기를 꺼내고, 기억을 되짚고,


낱말 하나에도 마음을 담으며 써내려가는 시간은


그 자체로 이미 작가의 삶이었다.


비록 메일은 거절을 말했지만


글은 내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이 더 오래 남았다.


아직 피지 않았을 뿐


느린꽃이라는 필명처럼


나는 빨리 피어나지 않는다.


조금 더디고, 조금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오래 피어 있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는 길은


심사 합격이라는 문 하나만을 지나야 하는 좁은 길이 아니다.


매일 글을 쓰고, 마음을 꺼내고,


조용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그 모든 순간이 이미 작가의 길이었다.


나는 아직 피지 않았을 뿐,


결코 지지 않았다.


세 번째 봄을 준비하며


지금, 나는 세 번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고,


전보다 더 솔직하게 나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메일이 오지 않아도,


승인이 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내 이야기를 쓸 것이다.


글은 누가 허락해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꺼내기에 쓰는 것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늦은 밤, 조용한 새벽,


아이들이 잠든 틈 사이로


살며시 마음 한 줄을 적는다.


‘낙방’이라는 단어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 쓴다.


글을 쓰는 사람은,


결국 피어날 사람이다.


지금 피지 않았을 뿐,


나는 느린꽃이다.


KakaoTalk_20250729_220845110.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도 잔소리했지만, 사실은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