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라는 이름의 선물

내 인생에 찾아온 터닝포인트

by 느린꽃

스스로도 낯설어진다.

감정은 들쭉날쭉, 몸은 예전 같지 않고, 말끝마다 짜증이 묻어난다.

갱년기인가 보다, 싶었다.

한편으론, 집안에 사춘기 딸이 있으니, 누가 누구를 탓할까 싶기도 하다.


"왜 자꾸 말을 그렇게 해?”

"엄마는 왜 맨날 화나 있어?"

서로의 말끝이 칼끝처럼 날카로워진 어느 날,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참을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엔 쉰 살이 다 되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하나는 갱년기, 하나는 이제 갓 피어나는 스무살, 하나는 사춘기, 그리고 하나는 열 살, 막내.

세 딸을 둔 엄마로 살다 보니, 내 감정은 여전히 복잡한 성장통 속에 있다.


큰 아이는 어느덧 대학생,

작은 아이는 입시를 앞두고 눈빛이 날카롭고,

막내는 "엄마는 맨날 다음이래."를 하루에도 열두 번 외친다.

누구의 말도, 누구의 감정도 놓칠 수 없기에

나는 늘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살아낸다.


하지만 그 줄 위에서 비틀거리다 문득 깨달았다.

누구보다 내 마음을 가장 못 챙긴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것을.


그래서 시작했다.

내 블로그에 하루에 한 두 줄씩 쓰기.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오늘, 내가 나에게 고마운 일을 했는지.”


갱년기의 짙은 그림자를 글로 토닥였다.

"나는 지금 불안해. 그런데 그건 괜찮아."

"오늘 딸과 말다툼했지만, 그 순간 나도 지쳐있었다."


글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꺼내주는 친구가 되었다.

한 줄, 두 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눈물도 흘렀고, 웃음도 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다시 안아주게 되었다.


몸도 챙기기로 했다.

헬스와 다이어트댄스를 하며 땀을 내고,

따뜻한 물를 마시며 호흡을 고르고,

밤마다 ‘오늘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다.

그 중엔 이런 것도 있다.


막내가 자기 전에 꼭 안겨서 고마웠다


작은 딸이 "엄마 없으면 안돼. 사랑해."라고 해서 감동이었다


첫째가 알바비로 옥수수를 사와서 고마웠다


내가 오늘 소리를 내지 않고 설명하려 애써서 스스로 대견했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갱년기를 내 인생의 '고장'이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이 시기를 나는 다르게 부르고 싶다.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 혹은 ‘감정의 터닝포인트’라고.


사춘기 딸과 눈을 맞추며 잠시 침묵을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막내와의 소통도 눈높이를 낮추니 조금씩 다정해졌다.

이제 나는 느리게 살기로 했다.

‘긍정’과 ‘감사’라는 두 단어를 마음에 품고,

오늘도 한 문장, 한 감정씩 나를 적어본다.

어쩌면 지금 이 갱년기야말로

내 인생이 다시 피어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