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건강검진

이성두︱시인᠊수필가


삶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의자에 앉아 있던 아내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러지? 불과 1분쯤 후에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두 팔에 힘을 주며 의자에서 일어서려는 듯했다. "여보. 여보! 어디 아파?" "어디야. 어디 아파?"

그러자 곧장, 의자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듯 주저앉아버렸다.

다급히 흔들어도 점점 눈꺼풀이 내려앉으며 문을 닫으려 하고 눈빛이 흐려지며 정신마저 혼미해져 가는 듯했다. 그 어떤 선택도 떠오르지도 않았고 필요 없었다. 그냥 귀신같은 모습으로 119를 불렀다. 나도 나를 잃고만 그 긴박한 순간이었는데 119대원이 핸드폰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시하는 대로 응했다. 아내는 입에서 거품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분 만에 119대원이 들것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 바로 대학병원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송해 갔다. 그날, 그 시간 도로는 턱없이 복잡했지만 감사하게도 10여 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응급실에서는 뇌출혈로 판단되어 그에 적절한 응급조치 후 수술해야 했다. 적막감 속에서 수술대기실에서의 긴장, 초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마치 어두움의 좁은 공간 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아 그때가 세상의 지옥이지 않았을까. 항응고제를 처방하고 있는 환자라 수술 중 지혈의 문제가 있을까 봐 지연된 마지막 타임에야 수술하게 되었다. 밤늦은 시간 삭막한 수술대기실에서의 기다림에 기도의 소리는 딱 한 마디뿐이었다. “제발..”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 긴 시간 후 아내의 모습이 드디어 나타났다.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잠시 이동 침상을 놓칠까 봐 붙잡고 따라가면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한쪽 머리카락은 모조리 무자비하게 잘리고 수술 당한 채 누운 얼굴이 형편없이 부어 있었다. 드릴 같은 기계음 소리 속에서 고통을 참고 견디어 낸 모습이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 생활이었다.

얼마 전, 내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위내시경을 해야 했다. 내 살아 지금까지는 쭈욱~ 수면 내시경으로만 검사해 왔었다. 그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했다. 일반 내시경검사를 신청한 거다. 아내가 견디어 낸 그 순간순간마다의 과정을 지울 수 없었다. 산소호흡기, 네블라이져, 토닥이, 썩션 등… 평소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기계의 이름들의 고마움을 배웠지만 그러한 혜택도 지금 내게는 마치 사치품 같았다.

그토록 힘든 시간을 견디어낸 아내를 생각해서 난, 도저히 호강하듯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아내가 느껴 온 숱한 두려움, 고통쯤에 닫는 일 프로의 고통을 학대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진 것이다. 수면 내시경? 그것은 아내와 전연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인 것만 같았다. 공연히 미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실손보험 가입되어 있어도 사치고 허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눈 부릅뜨고 위 내시경검사를 했다. 눈물이 찔끔 났다. 더 시간을 끌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속을 똑똑히 다 들여다봤다. 어제의 일이었다. 아내가 쓰러지고서 깨달았다. 아내의 지난 희생들이 제대로 내 속에서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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