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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편지 - 선택

테드

by 여름밤의 테드
선택


선택이라는 갈림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정답은 없었습니다. 어떤 길도, 어떤 선택도 '옳고 그름'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험난한 길을 걸어온 이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붉은 양귀비처럼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열정은 강렬한 빛을 발하며, 인생의 깊은 골짜기를 넘어서는 용기를 선물했습니다.

이야기는, 찬란하게 빛나는 꽃잎처럼, 감동과 울림으로 가슴에 새겨집니다.


고요한 길을 걸어온 이는 하얀 봉숭아처럼, 조용히 자신의 향기를 퍼뜨렸습니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그 은은한 향기는 주변을 감싸 안으며 평온과 안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야기는,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속에 스며들어 평화를 선사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했든, '만약 내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하는 생각은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때로는 후회로, 때로는 숙연함으로, 그리고 때로는 묘한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 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이며, 더욱 성숙한 자신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험난한 길을 지나온 강인함, 평온한 길에서 얻은 마음의 평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어떤 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붉은 양귀비의 열정과 하얀 봉숭아의 순수는, 각자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걸어온 길은 저마다 다르고, 그 길 위에 피어난 꽃들도 각양각색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오직 자신만이 간직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귀한 보물입니다. 지금 발 아래 피어있는 꽃을 보면,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결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여름밤님 안녕하세요~!

지난 편지에서 감기에 걸리셔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하셨던게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가볍게 지나가는 감기이길 바랐는데, 지독하게 괴롭히다 갔다고 하니 편지를 읽으면서 그 고통이 제게도 느껴질 정도였어요. 몸이 아프면서 따라오는 일들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신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편지에서 말씀주신바와 같이,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저도 동일한데요. 아마 구글 메일을 통해 제 이름 정도는 여름밤님이 알게 되신것 같아 말씀을 드릴게요. 사실 제 이름은 '건' 으로 외자랍니다. 그리고 제 동생의 이름은 '강'으로 합쳐서 '건강' 으로 부모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그 만큼 건강의 중요성과 소중함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마음깊이 새겨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여름밤님께서 감기로 홍역을 치르셨다는 말에 마음 깊이 앞으로는 건강하시기만을 기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아직 연초이기도 하지만, 남은 한 해는 새로운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잔뜩 가지실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기만을 기원하겠습니다.



제 편지를 보시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다고 하시니 저 역시 큰 기쁨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저 또한 여름밤님의 편지를 보고 정말 멋진 하루를 선물 받았기에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여름밤님께서 답을 주신 날은 사실 제 생일이었답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으며 하루를 꽉 채운 생일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가장 놀라웠고 기뻤던 것은 이런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던 여름밤님의 편지였어요. 사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편지를 쓰시기 어려운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터라, 메일 알람이 왔을 때는 육성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제게 멋진 하루의 끝을 선물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하루 끝에서 펼쳐본 여름밤님의 편지에 담긴 글 중 학생회와 여행에 대한 내용이 특별히 더 생각이 나는데요. 여름밤님께서는 제가 부럽다고 하셨지만, 저 역시 여름밤님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 편지에서 말씀드렸던것과 같이, 저는 1학년 때 다른 학과로 전과를 하면서 흔히들 말하는 아웃사이더가 되었거든요. 특히나 제가 전과했던 과는 조모임이 많은 과였기 때문에, 이미 친한 그룹이 많이 형성되어 있었던 환경이라, 적응하기가 조금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전 학과에서 친했던 친구들은 모두 군대를 가거나 휴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그렇다보니 학과라는 하나의 조직에서 중심이 되는 학생회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거기서 따라오는 여러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 여름밤님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결국 학과 내에서 적응하기 보단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여러 활동을 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직군의 분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 제 곁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답니다. 아무래도 깊은 관계까지 가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하나를 진득하게 깊이 파내려간 여름밤님의 경험담에서 과거의 내가 여름밤님과 비슷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답니다.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러한 선택을 한 삶 역시 멋지지 않았을까 하네요.



마지막에 말씀하신 것과 같이, 그 때여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못해서 아쉽다고 하셨지만, 저 역시 그 때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경험들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답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은 아쉬움이라는 향수와 추억과 경험이라는 발자취를 남기는건 아닐까 싶네요. 저희 둘 모두 다른 선택을 한 것 뿐, 정답을 고른 것은 아니니까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남은 우리의 시간을 조금 더 아쉬움보단 다른 부분에 집중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어를 시작하고, 스페인으로 향하는 여정을 준비하는 여름밤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은 제한된 시간 때문에, 가고 싶으셨던 산티아고 순례길까지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런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 만으로도 그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질테니까 말이에요. 저 역시 이런 여름밤님을 본받아, 잊고 지냈던 일본어에 대한 꿈을 조금 더 키워보려고 합니다. 하루 한 쪽이라도 책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독서가 습관이 된 여름밤님처럼 오늘 한 장이라도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진해볼게요. 늘 제게 큰 영감과 동기를 주셔서 감사해요.



영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기억하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예전에 제게 추천해주신 책이 있어요!

'불안을 이기는 철학'이라는 책인데요.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읽기를 주저하다가 드디어 완독을 했답니다. 역시 여름밤님이 추천해준 책이라는 듯이, 펼치자마자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고 제 마음에 큰 위로가 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특히, "상처받은 일들이 마음을 뒤집놓았다고 할지라도, 한 시간이면 그 일에 무뎌질 것이다. 다른 일들도 잊힐 것이다.기다리는 방법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기다려보면 나를 지배하는건 화가 아닌 판단임이 확실해질것이다. 무엇이 됐든, 본질을 파악하고자 할 때는 시간에 맡겨라. 바다에 폭풍이 칠 때는 무엇보다 선명하게 볼 수 없다." 라는 구절은 어떠한 일이 제 눈 앞에 닥쳤을 때, 감정에 동요하거나 상황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대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교육을 많이 듣고 자란 우리지만, 왜 자신에게만큼은 늘 급하고 엄격하게 대하도록 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신에게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그 만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도 없을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제게 시간을 주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어요. 여름밤님은 어떠신가요? 지금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 현재의 여름밤님은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정돈하고 기회를 만들어가려는 사람같이 느껴지지만, 이전 편지에서 담겨있던 여름밤님의 과거의 시간은 조금은 본인에게 엄격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이야기도 편지에 녹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여름밤님이 편하게 편지에 담아낼 수 있을 때만요!



영감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편지의 분위기가 조금은 다소 무거워진것 같기도 하네요. 전환을 위해 지난 편지의 칵테일에 대한 여름밤님의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해요. 저는 집에 거창하진 않지만 저만의 작은 바를 만들어놨어요. 대학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작고 소중한 바를 만들어놨답니다.

칵테일 자체는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대접용으로만 만들고 있어요. 술을 잘 마시기는 하지만, 또 혼자 먹는다거나 자주 먹는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정말 간혹 잠이 들지 않는 밤에는 '러스티 네일' 이라는 클래식 칵테일을 만들어 먹곤해요. 도수가 세지만 꿀맛이 나는 리큐르를 써서, 달콤하기도 하답니다. 쓰면서도 동시에 단 것이 조금 과장해서는 우리의 삶과 같다 생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취하기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부분도 있어서 가장 좋아해요. 여름밤님이 좋아하신다는 아페롤 스프리츠는 사실 몇 번 만들어본 적 없는 술이긴 하지만, 어떤 맛 인지는 알고 있어요!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클래식 칵테일을 조금 더 잘 알다보니, 위와 같은 느낌의 칵테일 중에서는 준벅이나 미도리 사워가 입에 맞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나중에 드셔보시는걸 추천드릴게요.



사실 제가 칵테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해서도 일을 하게 되었던건 바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였어요. 다들 겉으론 괜찮은 듯 하지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외로움이 은연중에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놓고 그 부분을 털어내는 공간이 바로 바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잠깐 한 발자국 벗어나 있을 때, 찾을 수 있는 그런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꽤나 괜찮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현실은 조금 많이 다르긴 했지만요.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경험 중에 하나가 되었답니다.



외로움에 대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여름밤님께서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성향이 아니라는 말에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과거에는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인이 아니더라도, 항상 옆에 누가 있는 시간이 조금 더 편한 그런 성향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홀로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 시간들을 저를 위해 소중하게 쓰고 있어요. 여름밤님은 처음부터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시는 성향이었는지도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바쁜 시즌이 3월말로 연기되었다는 말에, 어떤 말씀을 드릴까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연초에 바쁜 시즌과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또 무리하셔서 건강과 사이가 멀어지지 않도록 조금은 스스로를 챙기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의 2월은 솔직하게 조금 속된 말로 말씀드리면, 현타와 정신차림의 연속이었던거 같아요. 다가오는 꽃 피는 3월에는 조금 정신을 차리고, 크로스핏 대회에 집중을 하려고 합니다.



여름밤님의 3월은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밝은 꽃들과 같이, 즐겁고 설레는 일상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길어진 이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다음번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P.S 영상 링크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는 영상인데, 이번에 나눈 편지내용과 관련해서 같이 보면 좋을거 같아 공유드려요.


https://youtu.be/uljTEmmCh_E?si=4y8RiDDErehMY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




25. 02. 23, 테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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