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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편지 - 러브레터

테드

by 여름밤의 테드
러브레터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지만, 어떤 감정들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그 감정들은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과거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싹틔우곤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사람, 함께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의 흐름에도 빛을 잃지 않는 별과 같습니다. 그 기억들은 때로는 눈물을 짓게 하지만, 동시에 따스한 위안을 선사합니다. 그리움은 과거의 우리를 긍정하고, 소중한 인연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마법과 같습니다.




여름밤님 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끝으로 다음에 여름밤님께 오는 편지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시간은 또 한 번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네요. 여름밤님의 편지를 받고, 답장에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평소에도 물론 많은 고민들 끝에 담은 편지이긴 했지만, 이번에 여름밤님의 편지를 받은 타이밍은 정말 제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연초부터 유난히 감정적으로 힘든 일들이 더 많아지는것 같았어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일들도 왠지 모르게 지치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아마 마냥 밝지 않은 제 기분이 제 마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겠죠? 이런 중에 여름밤님의 편지를 받고, 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참 저는 새삼 엉망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 주에 한번 돌아오는 여름밤님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지난번 제가 썼던 편지에서처럼 항상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습니다.



내 생각이 항상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는걸 때로는 스스로가 자신을 가장 괴롭힐 수도 있다는 것을 여름밤님과의 소중한 소통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에요. 이렇게보니, 참 여름밤님께 감사를 전해야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사실 지금 이 편지를 쓰기 직전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왔어요. 이번에 30주년을 맞아 재개봉을 했더라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여름밤님이 감명깊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 저도 평소에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장면이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보고 오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여주인공이 1인 2역을 해서 그런지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어느새 영화에 흡입되어 정신차려보니 엔딩이 올라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감상과 생각이 떠올랐지만, 문득 지금 내 상황도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는 분명 떠나보냄을 메인 주제로 잡고 있지만, 제가 느낀건 '이츠키가 이츠키에게 그리고 다시 이츠키에게' 라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가족을 챙기고 애써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츠키(여)에게 이츠키(남)가 작은 위로와 진심을 건네는 장면이 결국 이츠키(남)의 생전 혼약자에게 연결되는 플롯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이츠키(남)의 진심이 이츠키(여)에게 돌아오며, 잃어버린 시간이 찾아지는 그 장면에서는 전율마저 느꼈어요.



영화에 대한 감상이 길었네요. 그렇다면 어째서 제 상황이 러브레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느냐하면,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다독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에게 다시 이츠키가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여름밤님과의 편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더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편지는 저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렇게 쓰니까 정말 러브레터같네요!

실제로는 그렇게 달콤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번 여름밤님의 편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홀로움이라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성인이 되고, 자립하면서 계속해서 혼자 살아왔어요. 그렇다보니, 외로움에 직면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저는 그런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 발버둥 치곤 했답니다.하지만 여름밤님의 편지를 보고 약간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제가 느낀 외로움이 전부 다 나를 갉아먹던 좋지 않던 시간만은 아니겠구나 하고 말이에요. 때로는 그 외로움이 홀로움이 되어, 스스로를 정돈하고 재충전하며 나 자신을 보살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모순적인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다가올 외로움에 대해서는 진짜 외로움과 홀로움을 구분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어요. 물론 아직 낯설고 익숙치 않기 때문에, 어려울 순 있겠지만 계속 연습하다보면 그 속에서 답을 찾아 조금 더 성숙해진 제가 될 수 있겠죠? 그렇게 될 모습을 여름밤님께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쉽지만, 그럼에도 여름밤님의 영향으로 누군가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오늘도 제 감정의 수다가 굉장히 길어진 감이 있네요. 평소에 담아두었던 제 감정이 이 편지 앞에서는 담이 무너져 쏟아져 나오게 되니 정말 신기해요. 여름밤님이 회사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1, 2월을 함께 할 수 없는게 조금 아쉽네요. 그 시기에 제가 편지를 통해서라도 조금 더 힘든 마음을 덜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하지만 제 편지가 곁에 없더라도 여름밤님은 충분히 강한 분이기 때문에 잘 이겨내리라 믿고 있어요. 계속해서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해낼 수 있을거에요. 안 된다면 아시겠지만, 전력으로 도망가시면 됩니다. 도망칠 곳은 항상 있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도 새로운 꿈을 또는 잊고 있었던 꿈을 마주하실 수 있을거에요.



꿈하니 생각난건데, 여름밤님의 꿈을 듣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지난번 여름밤님의 추천곡 때문이겠죠? 물론 의도하신바는 아니겠지만, 노래마저 날씨와 관련된 음악을 선호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어릴 때 꿈은 항상 바뀌는 법인데, 여름밤님께서는 그 꿈에 대해 여러 진로를 알아보셨다는 부분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비록 진로를 바꾸시긴 하셨지만, 그 꿈에 대한 아련함과 한 때 타올랐던 열정의 잔열이 남아 지금도 관련해서 내용을 찾아보신다는게 신기하고도 했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 멀어지게 되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서 도망치듯 관련된 내용을 접하려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여름밤님은 담담하게 현실을 마주하고, 항상 꿈꿔왔던 부분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있는게 멋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도 하게 되었고 말이에요.



처음 여름밤님이 이렇게 많은 목표와 꿈을 가지고 계실지는 몰랐어요. 의외라는 것이 아니라, 편지 속에서 자신을 묘사하실 때는 어떤 것을 시작 할 때, 신중함을 기해서 시작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편지를 통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언어/운동/여행/커리어 등 정말 많은 곳에서 욕심도 있으시고, 그들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과거 한 때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벌리고서는 제대로 책임도 지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한번에 여러 일을 벌이기가 두렵기도 해요. 여러 도전을 한번에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또 민폐를 끼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보다 더욱 성숙해졌고, 능력면에서도 여러 일을 더 확실히 다룰 수 있다는걸 알지만 그 때의 기억이 발목을 잡는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름밤님의 모습을 보면서 더 감동을 받고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거북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시지만, 결국 토끼를 이긴 거북이라는거 아시고 계시죠?

꾸준함을 가진 여름밤님을 보며, 오늘도 토끼가 아닌 근면성실한 거북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이번 편지는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데요. 다음이 마지막이 될거라 생각하니 끝마치지기가 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조금 더 긴 호흡의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 담기를 기약하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질문을 드리고 마칠게요.

여름밤님께 있어서 완벽한 하루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믿는다면 어떻게 행동하시는 편이신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지막 편지 때 뵙겠습니다.

한 주도 건강하게 잘 보내봐요 우리.




25. 01. 06, 테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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