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판단을 내렸나요?

내 몸, 그리고 타인에게

by 해랑

“이 동작을 못한다고 나 자신을 판단하지 말아요.”

필라테스 수업 중 한 강사님이 하신 이 말이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가장 힘들어해요. 그래서 그런 류의 동작이 나오면 머릿속에서 ‘아, 이거 잘 못하는데..’하고 미리 겁을 먹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잘 안되지요.


아마 누구에게나 이런 구간이 있을 거예요. 하체가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하체 운동 전에 괜히 긴장되고, 유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트레칭 시간이 고역처럼 느껴지지요. 필요한 운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고, 대신 자신 있는 동작만 반복하고 싶어 지죠.


운동을 할 때 의외로 중요한 마인드 컨트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운동을 처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 운동을 하는 ‘나’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여기기.


내 약점도, 취약한 동작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냥 수업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차곡차곡 흘러가듯이 따라가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선물처럼 어느 날 짠! 하고 안 되던 동작이 갑자기 되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와요.

“ 어, 이거 나 원래 안 됐는데?” 하고 놀라는 그 순간요.


몸에 대한 태도는 삶에도 닮아있어요.

최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와 아이의 학원과 유치원을 다시 알아보는 중인데, 선생님들께 제 아이에 대해 이런 식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많이 느렸어요.”

“아직 표현도 사회성도 부족해요.”

“체력이 약해서 힘들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들의 시선은 달랐어요. 느린 아이도 아니었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니었고, 약한 아이도 아니라고요.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아이니까 더 걱정되고, 누가 다치게 할까 싶어 더 보호하고 싶어서였겠지만, 그 속에는 ‘정상’이라는 나만의 잣대가 있었어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조급해하고, 채근하고, 불안해 해겠구나 싶더라고요.


가까운 가족이든, 타인이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든 우리는 생각보다 불필요한 판단을 자주 내려요.

“나는 이걸 원래 못해.”

“저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야.”

“아이의 성향은 정해져 있어.”


하지만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또 깨닫게 됩니다. 판단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움직임이 열리는 것이라고.


오늘은 생각을 조금 덜어보고,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두는 연습을 해봅니다. 동작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판단하지 않는 용기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믿어주는 가장 부드러운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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