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맨날 불러만 봤지, 내가 되고 싶을 줄은 몰랐던 이름이 있다.
엄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즐겁게 살고 싶어 결혼을 했고 막연하게 '애는 당연히 있어야지'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생명이 탄생하고 가족의 굴레로 평생 무수한 영향을 끼치는 그 고귀하면서도 엄청난 일을 아주 먼 미래로 여겼다.
우리는 결혼 2년 차다.
서로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며 신혼생활 보내는 동안 연애할 때보다 더 즐겁고 돈독한 관계 형성을 할 수 있었고, 결혼에서 오는 편안함은 연애와는 다른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든든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법정보호자의 존재는 형용할 수 없는, 포근한 안정감을 받았달까.!
어쩌면 둘이 이렇게 평생을 살아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란 기분.
그럼에도 아이가 궁금했다.
아이에게 궁금하단 표현을 적는 것에 '그리 가벼운 일이 아니에요'라고 스스로에게 돌을 던지고 싶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다.
남은 평생 가장 가까이서 추억을 나누게 될, 날 닮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소중한 1촌.
또래 친구들이 하나 둘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아이를 갖고 싶단 생각도 커져갔다. 친구들과 생애주기를 함께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고 싶었고, 아이들끼리도 친구로 잘 지냈으면 좋겠단 생각이 컸다.
낳을 생각이 있다면 일찍 낳으라는 주변의 조언도 한 몫했다.
우리는 딩크족도 아니었고, 배우자는 일찍이 결혼할 때부터 빨리 아이를 갖잔 주의였기에..
오로지 내 결심만이 중요한데.. 그 결심을 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갖기로. 계획임신이었다.
그런데, 일이 계획대로 뚝딱되진 않는다.
원할 때 관계를 갖고 기분 따라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늦잠을 자던 자유가 사라졌다.
매번 일부러 피했던 배란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술을 끊은 지도 6개월이 넘어간다.
피곤한 직장인에게 한줄기의 빛과 같은 커피와 술과 새벽 데이트도 하지 못한다니...!
커피는 차마 아예 끊을 수 없어 하루 한 잔 디카페인 카누 미니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며, 몸이 피곤하지 않게 운동과 취침시간도 조정했고 엽산이 풍부한 비타민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요새 피부도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올라오자, 피부과에 가서 알레르기 검사도 받았다. 혹여나 몸의 특이사항을 미리 살피기 위해서다.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일부러라도 조금씩 보기 시작했고, 교보문고에 가서 임신 관련된 책을 5~6권 살펴보기도 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천사에게 나쁜 것보단 좋은 것들을 주고 싶었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꼼꼼히 준비하고 싶었다. MBTI가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지만, 그럼에도 INTJ의 계획력이 임신에도 계획적으로 적용되는 기분이었다. 엄마로서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것을 미리 해주려는 마음 때문인지, 계획하는 성격 때문인지..
자유롭던 내 인생이 벌써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불안했다. 막연히 매월 임신을 기다리는 일상 속에 나를 살피지 못하는 욕심이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가장 타격을 받은 건 온전히 나를 위해 고민하며 보내는 내 시간.
회사 일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볼링도 치고 글도 써야 하는데, 집안일도 하고 배우자와도 즐거운 휴가를 보내야 하는데.. 임신이 몇 월에 될지 모르니 일을 함부로 벌릴 수도, 또 안 할 수도 없다.!!
특히나 직장의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직을 원해도 언제 가야 할지 시점을 고르기 힘들다.
드라마처럼 한 씬에서 다음 씬으로 넘어갈 때, 임신해선 배가 부르고 아이를 쑥 낳고 기르면 좋으려 만..
막상 임신하자니 원하는 일정대로 임신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임신을 하더라도 워킹맘이 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출근과 육아를 마치고 나를 위한 자유시간까지 전부 다 가질 수 있을까? 괜히 걱정되었다.
물론, 이런 복잡한 생각이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일 수 있다. 너무 진지하게 미리, 머리 아프게 말이다.
하지만 한 번 밖에 없는 내 인생, 소중한 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쉽게 고민을 접긴 힘들다. 게다가 첫 임신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불안한 건 당연하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막연한 불안해서 벗어나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살피며, 천사가 오는 순간을 기록하며.
혼란한 마음에 아연실색하기보단, 차분히 일상을 되새기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자 한다.
모든 걸 잘하고 싶고, 좋은 엄마가 되기를 꿈꾸는, 나와 같은 예비 엄마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응원을 보내며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글에 담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