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노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한자몽 Mar 12. 2022

나도 알고 있어, 내가 제일 문제라는 걸.

아이들과 나 모두 세상과 차단(?)된지 한 달이 넘어간다.

확진자의 급증으로 아이들이 다니는 기관에도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데 모여 마스크를 벗고 무언가 먹는 것을 막으려 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즐겁게 지내자고 결심했던 마음은 송두리째 날아간 지 오래다.

마음은 몸을 지배한다고, 아침이면 이 고된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몸이 이미 너무 피곤하고, 오히려 육퇴를 하고 나면 살만해진다. 그러다 보니 그 자유의 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긴긴밤을 보내고 나면,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이 몸을 지배해서기도 하지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았으니 진짜 몸도 지쳐서 아침이 더더욱 피곤하고 슬프기 시작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정말 고갈되어버린 아이디어와 의지, 아이템들로 아이들과 나는 사이가 좋지 않은 시간들이 잦아졌고 말이다. 사실 사이가 좋지 않아졌다는 건 약간 모순이라는 걸 안다. 이 아이들은 변함이 없지만 나의 마음이 삐뚤어져 버렸다는 것. 이 아이들은 여전히 나에게 사랑을 주지만 내 마음에 그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자리가 좁아졌다는 게 진실이니까.

작은 일에도 화가 났다.

늘 어지르고, 늘 떠드느라 식사시간은 오래 걸리고, 늘 옷을 하루에도 몇 백 벌씩 갈아입는 친구들이란 것,

신나게 놀다가도 돌연 다투어서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고 다시는 너랑 놀지 않겠다 다짐하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둘이라는 것,

그건 내가 이들과 지내온 몇 년동안이나 변함없이 존재하던 현상이고 현실이다.

그렇지만 화가 났다. 많이 많이 자주자주 화가 났다.  

하지만 그중에도 제일 화가 나는 건, 내가 이렇게나 사랑하고, 나를 이만큼이나 행복하게 해 주는 이 아이들에게 내가 이토록 화가 난다는 거였다.

너무 예뻐서 하루에도 뽀뽀를 천 번씩은 퍼붓고, 사랑스러운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사진을 천만 장씩 찍어내면서도 화가 날 때면 너무나도 미운 마음이 자리 잡아버린다는 이 일관성 없는 내 태도에 너무 화가 났다.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자책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에겐 더 날 선 마음이 들었다. 화가 날 땐 나는 그제야 머리와 마음, 말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게 된다. 먼저, 내 머리와 마음은 분명 한 곳에 없는 것이 분명하다. 머리로는 ‘이거 아니야.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이 아이들에게 무섭고 슬프겠어?”하지만 마음은 아니랜다. 그리고, 말은 머리보단 마음과 더 밀접한 관계이지 싶다. 너무나도 높은 확률로 결국은 마음이 하자는 대로 손을 들어주니까.

아이들도 참 이런 엄마가 혼란스러울 테다.  

좀 전까지 엔칸토 ost에 맞춰 같이 신나게 춤추던 엄마가, 방을 치우자고 몇 번 말하더니 결국 볼케이노가 되어 화를 쏟아내고,

좀 전까지 다시는 꺼지지 않을 불같던 엄마가, 미안하다며 안아달라고 하고는 또다시 이내 까불이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래. 다 내가 문제다.

나는 내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내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문제라고 만드는 이 문제가 문제지 결코 나만으로 인해 파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난 탈출하고 싶다.




*한창 탈출을 갈구하던 날에 쓴 글






매거진의 이전글 (예전에 샀었더랬었던)짙어가는 초록맛 솜사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