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인 나의 첫 번째 어린이는 요 근래 흔들리는 이가 많아졌다.
첫 니를 빼러 치과 진료대에 누웠다.
나는 늘 치과가 무서웠다.
과장을 좀 더 보태서 치과가 안 무서운 사람은 아마 이가 없는 사람일 거다.
어른이 될수록 치과가 무서운 이유는 더 늘어가기 마련인 것 같다.
아무튼 꽤나 늠름하게 누웠지만 불안한 눈빛의 어린이의 손을 붙잡고는
음계 ‘솔’ 정도의 목소리로 최대한 아주 산뜻하고 가볍게 말해주었다.
“금방 쑝!하고 빼 주실 거야.”
내가 쑝이라는 말에 이토록 응원과 초조를 담아본 일이 있었나 싶다.
다행히도 그 첫 니는 정말이지 쑝! 끝이 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더랬다.
그 바로 옆에 있는 이도 꽤 흔들리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몇 번 흔들어보시고는 나를 쓰윽 보시고 다시 흔들어보시고는 나를 다시 쓰윽 보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안타깝게도 나의 어린이에게 쑝을 건넬 수 없었다.
선생님이 나의 어린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손으로는 그 나머지 이를 굳은 의지 담아 만져보셨고,
옆에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의 오른손에 다시 한번 그 금속의 팬치 같은 것(나도 안다. 그건 분명 팬치는 아녔을 테다. 그치만 너무나도 그랬는 걸.) 건네신다. 선생님이 끊임없이 나의 어린이에게 말을 건네시며 혼을 빼는 동시에 우직 우직 분명히 팬치인 그것으로 이를 몇 번 비틀고는 결국 빠졌다.
쑝 하던 첫 니보다 덜 흔들렸던 터라 우직.. 아니 우지끈 정도가 맞다.
2초 정도 어린이는 말이 없었고 침묵을 깬 건 어린이의 볼록한 뺨의 굴곡대로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었다.
신속한 처치 후 진료대에서 일어난 어린이는 나에게 안기자마자 삼켰던 울음을 쏟아냈다.
아팠을 거다.
놀랐을 거다.
억울했을 거다.
하나만 뺀다매!!!!!!!!!!!!!! 했겠지.
미안하다 딸아. 나도 몰랐는 걸. 물론 무언의 동의를 했다만 말이다.
최근 그 쑝 빠졌던 첫 니와 우지끈 빠진 이, 그리고 바로 그 왼쪽의 이가 심하게 흔들린다.
“이제 이거 진짜 많이 흔들리는데, 우리 언제 치과에 갈까?”
“음.. 모르겠어. 근데 선생님한테 엄마가 꼭 말씀드려줘.”
“뭐를?”
“진짜 딱 이거 하나만 빼 달라고 말이야.”
섣불리 할 수는 없는 약속이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적어도 내 기준과 예상 속에서는 지킬 수 있다 생각되어야 한다.
“선생님께 꼭 말씀드릴게. 근데 엄마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서 온이 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가 없잖아. 그래서 혹시 선생님이 보시고 그것 말고도 다른 치료나 그런 게 필요하다 말씀하실 순 있어.”
“응 알았어. 그래도 꼭 말씀드려줘. 엄마가.”
“응 그럴게.”
안타깝게도 위쪽 앞니 두 개도 꽤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