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가 되는 게 가장 쉬웠어요!
나는 오늘로 엄마가 된 지 1294일을 채워낸 연년생 엄마이다.
육아와 긴밀한 관계성을 지닌 학문을 전공한 석사이기도 하다
(더 자세히 고백하자면, 아직 8년째 논문을 내지 못한 석수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우리 남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은 나의 엄마 됨에 대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보며,
육아에 관한 의문이 들 때면 나에게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내 마음을 지배하는 생각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잖아?'이다.
한 인류가 태어나 성장하는 것이
어떻게 7년 남짓의 이론으로
다 설명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는 핑계일지도)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나는 나쁜엄마를 열심히 실천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쁜엄마가 되기 위한 필승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보기 드물게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자의 비법이니 신뢰해도 좋을 듯하다.
우선, 이 필승법의 포인트는 딱 하나이다.
엄마 편한 대로
이 기본 하나만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이미 반이상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필승법에 대해 살펴보자.
제시하는 필승법들은 하나 같이 간단하며,
일상 속 대부분의 상황에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 재촉하기
이는 아이들이 보이는 모든 행동에 대해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식사시간, 외출 전, 목욕시간, 옷을 입을 때, 놀이시간, 정리시간, 잠자기 전 등
예시로 든 상황만 보아도 아이들과 하는 행동의 거의 다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재촉하기'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은 '도대체'를 넣어주는 것이다.
그럼 예시를 통해 실전에 적용해 보자.
M: 아직도 정리를 안 했어? 도대체 너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데.
실전 적용이 잘 된다면 '재촉하기 심화반'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재촉하기 심화반' 또한 간단하다.
그냥 말을 자르고 재촉하면 된다.
또 실전에 적용해 보자.
M: 엄마가 옷은 입혀줄테니까 양말은 혼자 신어봐. (잠시 후) 아직도 안 신었어?
C: 이게 모양이 자꾸 이상하게 되어 가지고 나..
M: 아니 엄마가 신으라고 한 게 언젠데. 도대체 아직도 이러고 있음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둘. 핑계대기
아이와 무엇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주지 못했을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전에 적용해 보자.
C: 엄마 근데 오늘 밥을 다 먹으면 젤리를 준다고 했잖아요. 왜 안 줬어요?
M: 아니 OO이가 밥을 너무 늦게 먹었죠. 그래서 벌써 잘 시간이 되어 버렸잖아. 젤리를 먹으려면 네가 밥을 부지런히 먹었어야지.
여기서도 심화반 적용이 가능하다.
영문법에서 말하는 부가 의문문을 붙임으로 인해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아이에게 잘못이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실전 예를 살펴보도록 하자.
M: 젤리를 먹으려면 네가 밥을 부지런히 먹었어야지. 그래요, 안 그래요. 응?
셋. 이랬다 저랬다 하기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일관성'이다. 양육자의 일관성 있는 태도는 아이들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이런 심리적 안정감은 나아가 세상에 대한 신뢰감 형성과 더불어 자존감, 독립성 신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로 그것을 공략하자!
[집에서 적용하기]
아이와 신나게 장난을 치며 논다.
아이들의 특성상 신이 나게 해 줄수록 10번 이상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질려하지 않는다.
그렇다. 거의 99%의 확률로 어른이 먼저 지치게 되어 있다.
엄마가 그만 하고 싶은 바로 그 포인트에 갑자기 정색하며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다.(기억하자, 정색하면서 말하는 것이 포인트다)
[바깥에서 적용하기]
아이들은 어딘가를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기운이 있을 때는 올라갈 있도록 안아 올려주고, 내려올 땐 손도 잡아준다.
그리고 엄마가 힘들 땐 딱 잘라 말한다.
M: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건 위험한 행동이죠! 다치는 거 좋아요?
병원에서 아픈 주사 맞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 엄마에게 성가신 어떤 행동에 대해 제재할 땐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결과로 수반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중요하다.
넷. 감정 무시하기
아직 대근육 발달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주 넘어지고 다친다. 게다가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른 주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조심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이 방법은 사용하기 매우 유용하다.
C: (쿵! 넘어진다)
M: 그니까 조심해야지 너는. 그렇게 뛰어다니니까 넘어지잖아. 얼른 일어나요.
여기서 포인트는, '괜찮은지' 같은 안부는 묻지 않는 것이다.
잘못은 네가 했고 이는 마치 인과응보 같은 것이라는 듯 리액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같이 맛집을 탐방해주는 나의 절친이 요즘 살이 쪘다고 눈물까지 보이며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요즘 너 먹는 거 보니 살찔 것 같더라. 안 그래도 내가 너 볼 때마다 그 생각했다니까?'
라고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여 줄 것이다.
(왜냐면, 그 친구는 나의 싸가지 없음을 면전에 대고, 혹은 뒷담화를 통해 상기시켜 줄 테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나쁜엄마가 되기 위한 필승법'을 알아보았다.
대부분 아주 간단하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 들이다.
나는 어제도 이 중 많은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며 보냈다.
진짜 진짜 지독하게도 실천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참 지독하게도 꾸준히 하며 산다.
엄마의 시간은,
수없이 많은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자
나도 모르고(모른 채 했던 것일지도) 살았던 나의 싸가지 없음과 급한 성미가
그동안 분출되지 못해 답답했다는 듯 마구마구 터져 나와 괴로움도 더해지는 시간이다.
게다가 너무나도 많은 육아 관련 자기 계발서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이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양육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너무나도 크게 이야기 해댄다.
맞아.
맞아.
하며 다짐하지만,
또 그렇게 좋은 엄마로 살지 못했음에 슬퍼지고 자괴감에 빠져든다.
다른 이들은 모두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나만 이렇게 나쁜 엄마로 지냈구나. 하며 참혹해진다.
나쁜엄마가 되는 것은 너무 쉽고,
또 너무 많은 날들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나쁜 엄마의 밤은
너무 길다.
맑은 얼굴로 새근새근 잠이 든 그들을 보고 있을 때
나쁜 엄마의 밤은
지독하게 컴컴한 벌칙 같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유키즈온더블럭이 떠오른다.
엄마의 시간은
그렇게 마냥 '미안함'과 '반성'으로 채워지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오늘도 소박한 결심을 해본다.
맛있는 밥을 해주고,
참신한 놀이를 제시하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주기
정말 모두 중요하지만 먼저,
예쁘게 말해주는 엄마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