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을 지나갔다.
아직 지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큰일을 지날 때
일상이 주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시작했던 하루의 모습,
바쁘건 조용하건 하루를 지내던 내 마음의 한 켠,
먹다 남은 떡으로 알던 집 근처 수목원에 대한 생각,
재미있는 걸 볼 때 웃어낼 수 있다는 것,
웃고 나서 '이거 진짜 웃겨'하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것,
그 즐거움을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것,
계획만으로도 들떠 있던 어떤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여행,
한 사람에 대한 감정과 마음,
당연히 함께 였던 미래.
큰일은 이 당연했던 것들을 흔들고, 이 당연했던 것들을 그립게 하며, 이 당연했던 것들의 힘을 알게 한다.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많이 미워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진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숱한 서러움과 섭섭함을 느끼게 한 존재였다.
그래서 정말 미웠다.
아마 나도 미움을 받았을 거다.
아마 나도 섭섭함을 느끼게 했을 거다.
원래 미운 마음은 더 잘 통한다고 하지 않았나? 제길.
하지만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달라진 마음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서로에게 따스하고 사랑스럽고 상냥한 예쁜 마음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곁에 그렇게 당연하게 있다면 좋겠다.
나도 몰랐다.
내가 당연한 걸 이토록 좋아하는 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