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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Jan 14. 2021

외모 퇴보기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고,

사실 지금도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실오라기만큼 보유하고 있으나

알고 있다.

이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


벗어나 보겠다고

내시경 동반 건강검진을 빙자한 다이어트에도 도전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어여쁜 여배우들의 드라마틱한 후기가 첨부된 혹 할만한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사람을 훅 보내버릴 수 있는지 말이다.

그것들은 정말이지,

 그래도 사나운  어미를 한층  업그레이드된 화로 이끄는 지름길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혹독한 주간에 걸맞게

나는 심지어 세수도 3일째 거르고 있다.

어떤 미용의 측면이라기보다 질병예방 차원으로 접근하였다고 핑계를   있는, 편평 사마귀 제거 때문이다.

이제는, 진짜 이 나이에는, 시술을 좀 받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였지만 감당 못할 피부과 비용으로 포기한 것도 억울한데,

감당 못할 그 비용을 이 따위 사마귀 제거에 쓰고 나니 기가 막혔고,

사마귀가 제거되고 남은 136개의 흉터를 보고 있자니 참 코가 막혔다.

게다가 여느 병원에서나 들을 수 있는 even if(이건 근데 바이러스성이고, 잠복기가 있는 거라 다 제거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에 대해 전해 듣자니

‘그래요, 언제든 이 거액을 또 쓰러 오라는 그거군요.’   

어디 그뿐이랴 얼굴에서 발생한 개기름으로 자꾸만 앞이 뿌옇게 되는 두 눈을 몇 번이나 거푸 껌뻑이며 있자니

참으로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다.



애절하게 매달린다고 나에게 머물러주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데

sns 속에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들을 보고 있자니

이 실오라기만큼 남은 희망을 놓을 수가 없어진다.

괜스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돈만 투자하면! 시간만 투자하면!이라는 핑계를 대며 구차해진다.


인정해야만 한다.

나에게 진짜 없는 것은 의지이고, 젊은 날의 외모라는 걸.

이 의지 없었으므로 인해

나는 결국 내일 그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수치스런 수치에 직면해야 한다.

그래 괴로운 건 잠깐이고,

내일이 지나면 

흰밥에 삼겹살을 파김치를 싸서 깻잎 위에 올리고, 된장찌개  뚝배기를 뚝딱 해야지.

생각만으로 힘이 솟으니

역시 나는 글렀다.

그냥 여기에 눕겠다. 외모 퇴보기.


괜찮아요.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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