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고,
사실 지금도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실오라기만큼 보유하고 있으나
알고 있다.
이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
벗어나 보겠다고
내시경 동반 건강검진을 빙자한 다이어트에도 도전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어여쁜 여배우들의 드라마틱한 후기가 첨부된 혹 할만한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사람을 훅 보내버릴 수 있는지 말이다.
그것들은 정말이지,
안 그래도 사나운 이 어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화로 이끄는 지름길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혹독한 주간에 걸맞게
나는 심지어 세수도 3일째 거르고 있다.
어떤 미용의 측면이라기보다 질병예방 차원으로 접근하였다고 핑계를 댈 수 있는, 편평 사마귀 제거 때문이다.
이제는, 진짜 이 나이에는, 시술을 좀 받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였지만 감당 못할 피부과 비용으로 포기한 것도 억울한데,
감당 못할 그 비용을 이 따위 사마귀 제거에 쓰고 나니 기가 막혔고,
사마귀가 제거되고 남은 136개의 흉터를 보고 있자니 참 코가 막혔다.
게다가 여느 병원에서나 들을 수 있는 even if(이건 근데 바이러스성이고, 잠복기가 있는 거라 다 제거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에 대해 전해 듣자니
‘그래요, 언제든 이 거액을 또 쓰러 오라는 그거군요.’
어디 그뿐이랴 얼굴에서 발생한 개기름으로 자꾸만 앞이 뿌옇게 되는 두 눈을 몇 번이나 거푸 껌뻑이며 있자니
참으로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다.
애절하게 매달린다고 나에게 머물러주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데
sns 속에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들을 보고 있자니
이 실오라기만큼 남은 희망을 놓을 수가 없어진다.
괜스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돈만 투자하면! 시간만 투자하면!이라는 핑계를 대며 구차해진다.
인정해야만 한다.
나에게 진짜 없는 것은 의지이고, 젊은 날의 외모라는 걸.
이 의지 없었으므로 인해
나는 결국 내일 그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수치스런 수치에 직면해야 한다.
그래 괴로운 건 잠깐이고,
내일이 지나면
흰밥에 삼겹살을 파김치를 싸서 깻잎 위에 올리고, 된장찌개 한 뚝배기를 뚝딱 해야지.
생각만으로 힘이 솟으니
역시 나는 글렀다.
그냥 여기에 눕겠다. 외모 퇴보기.
괜찮아요.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