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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Jan 17. 2021

당신은 눈을 좋아하나요?


오늘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거기에 기온도 뚝 떨어질 전망이라 아마 또 얼마 전의 그 날처럼 눈으로 가득한 몇 날이 이어질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눈이 내리지 않아 참 다행이다(?)

올해는 참 눈이 많이도 자주도 온다


눈을 참 좋아했었다.

그렇다. 이제는 과거형이 되어버린 눈에 대한 호감도.

집이나 창이 큰 카페에 앉아 고즈넉하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다면

그저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볼 수 있는 거라면

어쩌면 눈을 내내 지금껏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냥 눈을 마음으로만 감상하기엔

우리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협소하고,

얼마 전 추위에 떨었던 내 차는 거액을 주고 배터리를 교체했으며,

눈길 출근은 변수가 창궐하며,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이유로 눈은 더 이상 내 마음의 그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식어버린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꼭 10대, 30대, 40대라는 수치가 아니라 하더라도

체감케 하는 여러 가지 변화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령

이렇듯 눈에 대한 마음이나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태도,

받고 싶은 선물의 종류나 액수의 마지노선(?),

점심식사 메뉴 결정,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취향까지도.

그 지표는 얼마든지 밤새도록이라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지표들은 참으로 주관적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지금 내가 느끼는 감각뿐 아니라 경험이 함께 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금 보는 것이  아름다워도  감각 너머의 내가 가진 경험이나 이성의 지배로 마음껏 아름답다 하지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지금 내 앞의 이 사람이 너무 좋아도 그가 나에게 보였던 과거의 어떠한 말이나 그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의 괴리 같은 것으로 마음껏 좋다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찌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감각이 퇴화된다기보다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감각에만 의존하기엔 우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겠다.




눈이 오는 바깥을 바라보며 하나님이 눈을 주머니에서 많이 꺼내서 뿌리고 있나 보다고 말하고,

밥을 다 먹고 나서 하사 받은 젤리 하나에 얼굴 가득 웃어 보이는,

하준이가 너무 좋아서 놀이터에서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는,

굴러가는 귤 하나에도 웃겨 죽겠다는,

눈 내리는 날을 너무나도 고대하는 나의 친구들의 마음일 때가 나도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요?

눈을 좋아하나요.

정말 아직도 그러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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