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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Feb 09. 2021

커피를 마시는 것 그 이상

카페에 왔다.

방학을 하고 이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계획해왔고,

일상에 지쳤던 나는 어떤 여행보다도 이것이 너무 하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하듯 카페는 언젠가부터 쉽게 갈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이곳에 앉아 큰 창을 통해 새파란 하늘을 본다.

이곳의 커피를 정말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선 많은 것을 생각해왔고,

지금도 다양한 감정이 지나간다.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못한 나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혹은 소위 클리셰 쩌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마시러 왔달까.


굳이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아도

비록 내내 커피를 홀짝일 때를 제외하곤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있다 하더라도

여기 앉았다는 것이 좋다.


엄청난 자유를 가진 것 같고,

대단한 여행을 온 것도 같다.


왜 우리는 손에 쥐었던 것이 사라진 후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사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도 이런 게 또 있겠지.

그냥 옆에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어서,

도리어 귀찮기도

어쩌면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기도

심지어 없었으면 하기도 하는

그런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본다.

지금 나에겐 육아나 살림도 어쩌면 그러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금은 꽤나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사실은 소중한 것이지만 화가 나기도 하고,

소중하지만 사소해져 버린 그것들 때문에 내가 대단한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그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것들에 좀 더 마음을 기울여보아야겠다.


시댁에 가져갈 전 부칠 준비를 한단 핑계로

있다가 들릴 백화점에서 간만에 쇼핑을 할 기대로 부풀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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